올 하반기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이 완성된다.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쳐 표류한 지 1년 만이다. 약 2년 간 시범사업을 거쳐 이르면 2021년 보건의료 빅데이터 공유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까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마무리한다고 2일 밝혔다. 데이터 공유·활용을 위한 법 제도 정비 작업도 병행한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 공공기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공익과 연구 목적으로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이다.
하반기까지 네 개 기관 데이터를 전송·연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데이터 연계키를 발행하는 TTP(Trusted Third Party) △비식별화 수행 시스템 △기능·성능 테스트 시스템 등이 담긴다. 늦어도 2020년부터 시범적으로 연구자에게 공유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연구자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에 데이터를 요청한다. 연구 평가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관련 기관에 데이터를 요청한다. 해당 기관이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다시 플랫폼에 전달하고, 최종 연구자에게 제공한다. 전달 작업은 건보공단이나 심평원 내 폐쇄망분석센터가 전담한다.
정부가 보유한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길이 열린다. 그동안 심평원, 건보공단, 질본 등에서 제한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했다. 의료정보 성격상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해야 가치가 높지만, 분산된 탓에 활용이 어려웠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에서 제한하는 사항도 많다. 플랫폼 구축으로 연구자는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익 목적 연구를 진행하는 생태계를 갖춘다. 동시에 기관은 데이터 연계로 데이터 품질 고도화,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개별 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하나의 데이터 셋으로 만들고, 서로 연계해 연구를 지원한다”면서 “2년 내외 시범사업을 거쳐 수정·보완한 뒤 본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약 1년 만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크다. 정부는 2017년 말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시민단체 반발이 거셌다. 정부가 국민 건강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의료 영리화 이슈까지 겹치면서 사업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복지부는 약 1년간 설득 작업을 거쳤다. 시민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 세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안전장치 마련 후 시범사업 추진에 의견을 모았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시민단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상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보건의료빅데이터 특별법 제정이나 기존 의료법 개정 등 방침을 정한다. 사무국 역시 시범사업 기간 동안 보건산업진흥원이 맡는다. 본 사업에는 별도 기구 설립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대의학은 물론 국가 경쟁력 역시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면서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일정 부분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있어서 장기적인 설득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