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펙사벡' 상업화 가늠 상반기 결정, 국산 면역항암제 개발 분수령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17 행사장 내 신라젠 부스 전경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17 행사장 내 신라젠 부스 전경

신라젠 면역항암제 '펙사벡' 상업화를 가늠할 평가가 상반기에 공개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펙사벡 임상 3상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임상 중단 루머로 홍역을 치룬 상황에서 시장 우려를 잠재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는 상반기 내 신라젠 '펙사벡' 임상 3상 무용성 진행 평가를 발표한다.

무용성 진행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 가치가 있는지 따져 임상 시험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 임상3상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상업화 단계 진입 여부를 가늠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상반기 중 펙사벡 치료 환자군을 대상으로 종양 반응 등 임상 의미가 있는지 판단하는 무용성 평가가 나올 예정”이라면서 “독립 기구(IDMC)에서 임상 3상 과정 중간 지점에서 지속 여부를 종합 확인한다”고 말했다.

펙사벡은 간암 등 고형암을 치료하는 면역치료제다. 유전자 재조합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킨다. 적응 면역반응을 촉진해 면역치료를 이끌고, 암세포 혈관을 막아 종양을 죽이는 작용 기전을 가진다. 바이러스를 활용한 항체로 암 세포만 죽인 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를 뛰어넘는 차세대 치료제로 각광받는다.

세계 최초 면역항암제 '임리직' 효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펙사벡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신라젠은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세계 20여개국 600명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3상 시험 허가를 받았다. 작년 11월 기준 380여명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았다. 임리직 이후 상업화에 가장 근접한 면역 항암제다.

무용성 진행 평가 결과는 한 차례 임상 실패를 맛본 상황에서 신라젠 독자적인 기술력을 평가할 기회다. 펙사벡 개발사는 미국 제네릭스다. 제네릭스는 펙사벡 임상 2a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지만, 2013년 2b상은 실패했다. 2014년 신라젠이 제네릭스를 인수하면서 이듬해 임상3상을 이어갔다.

꾸준히 제기되는 '거품론'과 악성 루머를 해소할지도 관건이다. 작년 신라젠은 임상 중단설이 제기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시총 역시 1조원 가까이 널뛰기를 하면서 거품론도 이어진다. 무용성 진행 평가를 계기로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시장 우려와 루머를 해소한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9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펙사벡이 암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선천면역, NK세포 활성화 등 전반적인 면역기능 강화 효과도 확인했다.

신라젠 펙사벡
신라젠 펙사벡

무용성 진행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임상3상은 속도를 낸다. 연말까지 추가로 임상시험 대상자 220명을 모집한다. 내년까지 임상3상을 마무리하고, 2021년 FDA 판매허가 획득을 기대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독립기관에서 평가 중이라 데이터 확보가 불가하지만 무용성 평가 결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상반기와 하반기 국제 학회에서 펙사벡 임상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2021년 판매허가를 획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