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무인항공기를 잡는 '안티 드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드론을 활용한 테러 우려, 보안 침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마켓은 안티 드론 시장이 지난해 4억9900만달러(약 5619억원)에서 연평균 28.8%씩 늘어나 2024년에는 22억7600만달러(약 2조5634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티 드론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범죄 수단에 이용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불법 드론이 각지에서 기승을 부리면서 안티 드론 쓰임새도 덩달아 조명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 19일 영국 런던의 개트윅 공항에는 활주로에 느닷없이 출현한 불법 드론 2대 때문에 36시간 동안 760편의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영국 국방부는 이스라엘 보안 기업 라파엘이 개발한 드론 방어 시스템 '드론 돔'을 공항 옥상에 배치해 상황을 해결했다. 최근 이스라엘 업체 스카이락은 “개트윅 공항 사태 이후 안티 드론 제품에 대한 문의가 40% 늘었다”며 “북미와 유럽 공항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안티 드론은 각국 정부에서 국방과 방위 용도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드론으로 국경을 무단침입하거나 밀수, 스파이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마켓 측은 “아시아태평양지역(APAC)에서 이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글로벌 안티 드론 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륙 안에서 미확인된 드론의 테러 공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보잉, 록히드 마틴 등이 '레이저 기반' 안티 드론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관련 기술로 운동 에너지(kinetic), 전기 방식 등이 있지만 레이저 시스템은 속도와 융통성, 고정밀도, 비용 등 여러 면에서 다른 기술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최대 드론 기업 중국 DJI는 불법 드론 조종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자사 기기 모델번호, 비행속도,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드론 전용 추적기를 개발했다. 스카이락은 불법 침입 드론을 탐지해 격추하고 정지 비행을 유도해 강제착륙 시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안티 드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티 드론의 방해 전파로 무관한 인터넷과 통신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마켓&마켓 관계자는 “공공 안전 문제와 높은 연구개발 비용이 안티 드론 시장에서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