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불법 게임장을 취재했다. 게임 결과를 돈으로 바꿔 주는 환전 행위가 판치고 있었다. 불법 수법은 다양했다. '딱따구리'라고 불리는 특수 기계가 보편화돼 있었다. 게임을 자동 진행, 베팅 횟수를 늘려 주는 장치다.
취재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공권력은 무기력해 보였다. 결국 경찰은 단속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반년이 지난 지금 해당 지역에는 불법 게임장 10여곳이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며 영업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달라졌다. 호돌이 눈이 매서워졌다. 뒤늦게나마 불법 게임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민간 전문가와 협업, 해법을 찾을 방침이다. 경찰이 모든 불법 수법을 꿰차고 있을 수는 없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 외부 전문가를 수혈한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일이다.
정교한 전략도 세웠다. 일부 지방청에 전담팀을 꾸릴 계획이다. 단속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별사법경찰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도 경찰을 뒷받침한다. 불법 게임장을 감시하는 협의체를 만든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유형을 수집, 일선 경찰에 전달할 예정이다.
수사력을 집중하는 경찰, 민간 전문가 면면을 보면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불법 게임장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확률형 게임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단속이 수요 자체를 없앨 순 없다. 더욱이 이 수요를 감당할 건전한 성인용 게임장은 씨가 말랐다. 불법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인용 오락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적용받는다. 게임 기록을 저장할 수 없다. 게임 아이템을 어렵게 획득해도 자리를 뜨는 순간 소멸한다. 콘텐츠에도 제한이 걸렸다. 고스톱, 포커 외에는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시간당 이용 요금도 1만원으로 묶여 있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선 허용되는 확률형 아이템도 성인용 오락실에선 발을 못 붙인다.
퇴로 없애기 식 단속은 불법 게임장을 음지로 파고들게 한다. 경찰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장기 단속으로 효과를 이어 가야 한다. 건전한 성인용 오락실이 불법 시장을 대체하도록 숨통을 터 주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