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2022년으로 한 해 미뤄지면서 보험업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규제 도입 자체에는 변함이 없고, 향후 K-ICS 도입될 경우 지급여력(RBC)비율 악화 가능성이 있어 보험회사들이 사전에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6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신 지급여력제도와 자본관리 다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보험회사 평균 RBC비율은 261.9%다.
RBC비율은 보험사 자본량(가용자본)을 손실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고객에게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RBC비율이 200%면 보험사는 고객이 100만원 청구하면 200만원까지 내줄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법상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RBC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보험회사는 충분한 여유자본을 가지고 있어 자본관리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2022년에 도입될 새로운 보험회계기준(IFRS17)과 K-ICS 영향으로 가용자본이 대폭 축소되거나 요구자본이 확대돼 RBC비율의 하락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국내 보험회사는 내부 이익잉여금 창출, 금리변화에 대한 채권재분류, 장기 국채 매입,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전통적인 자본관리 방식에 의존했다. 특히 채권재분류는 가용자본 확충에 크게 기여해 보험사들의 성장을 도왔다. 다만 이런 방식은 K-ICS에서는 자본뿐 아니라 부채까지 시가평가대상으로 잡혀 제한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보험회사들이 IFRS17과 K-ICS 대응을 위해 부채비중이 높은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회사의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5951억원 증가했다. 반면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4조8818억원 줄었다.
이에 국내 보험업계가 선제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는 등 자본관리에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진화된 자본관리와 재보험 활용, 보험계약가치의 자본화, 파생금융상품 활용을 통한 요구자본의 경감 등 방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위험을 재보험회사에 이전해 부채 듀레이션을 줄이는 공동재보험 도입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보다 전향적인 관점에서 재보험의 역할이 요구자본뿐만 아니라 가용자본 관리 수단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며 “이와 더불어 파생금융상품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다각적으로 자본관리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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