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의료원, 한국형 가상 교육 모델 제시..하반기 첫 가상병원 오픈

#폐색전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생체신호 값을 입력하자 여기저기 빨간불이 켜지고, 신호기 숫자가 요동친다. 수련의는 마네킹 옆에서 그동안 학습한 매뉴얼대로 처치한다. 유리 창문 넘어 교육자가 추가로 돌발상황을 입력하면서 대응 과정을 평가한다.

#평소 로봇수술에 관심이 많았던 전공의는 연습할 기회가 마땅치 않아 시뮬레이션센터를 찾았다. 고가장비인데다 숙련된 의료진만 가능했던 로봇수술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한 수술방에서 조작법을 익혔다.

경기도 평촌 한림시뮬레이션센터에서 김선균 센터장이 3세대 마네킹 기반 시뮬레이터를 소개하고 있다.(한림대의료원 제공)
경기도 평촌 한림시뮬레이션센터에서 김선균 센터장이 3세대 마네킹 기반 시뮬레이터를 소개하고 있다.(한림대의료원 제공)

한림대의료원 '한림시뮬레이션센터' 모습이다. 현장에서 눈요기로 학습하거나 제한된 사체로 실습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국내 최초로 VR, AR, 사물인터넷(IoT) 등 ICT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교육 환경을 마련했다. 한림시뮬레이션센터는 개소 3년 차를 맞아 새 도약을 준비한다. 하반기 내 국내 최초로 VR, AR 적용을 확대해 '가상병원'을 구축한다.

핵심은 가상 수술실이다. 의료원이 보유한 영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3차원 영상을 만들고, AR과 MR(혼합현실)로 수술실을 구현한다. 고글을 쓴 의료진은 가상 환자 조직을 공부하고, 가상 수술장비로 수술한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홀로렌즈'라는 MR 솔루션을 개발, 임상 교육과 수술 실습 적용을 시도한다.

궁극적으로 한국형 가상 의료 교육 모델을 마련한다. 세계 최고 시뮬레이션 교육 역량을 보유한 UCLA메디컬센터와 협업해 선진 커리큘럼, 시스템을 한국형으로 개발한다. 국내 IT 업체와 공동으로 교육용 가상 콘텐츠 개발도 시도한다.

경기도 평촌에 위치한 한림시뮬레이션센터는 350㎡규모에 11개 실습실로 구성됐다. 수련의 기초 교육을 위한 심폐소생술 연구소, 시뮬레이션룸을 비롯해 전공의·간호사에게 맞춘 수술·시술 시물레이션룸 등을 갖췄다. 주요 실습실에는 교육자가 참관·통제하도록 별도 공간이 마련된다. 교육 후 평가·토론하는 디브리핑룸, 콘퍼런스룸도 있다.

실습실에는 최신 3세대 마네킹이 마련됐다. 환자 모형만 본 딴 1, 2세대 제품과 달리 내장된 센서에서 상황별 환자 생체신호를 발생한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이 어려운 수련의에게 최고 교육 환경이다.

전공의, 간호사는 각종 검사와 술기를 익힌다. 시뮬레이션 초음파, 내시경, 로봇수술 기기 등 고가 장비를 구축했다. VR 기술이 접목된 내시경, 로봇수술 기기는 섬세한 손 움직임을 익히는데 도움을 준다.

김성균 한림시뮬레이션센터장은 “3세대 마네킹은 컴퓨터로 상황을 입력하면 생체신호가 자동으로 조정돼 응급실의 다양한 상황을 교육하는 시나리오 기반 학습이 구현된다”면서 “전공의는 초음파, 내시경 등 검사기법을 무한대로 익힐 수 있으며 복강경과 로봇수술까지 실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총 78회에 걸쳐 719명이 교육 받았다. 전임의, 전공의, 수련의, 간호사 등 의료진부터 교직원, 보건교사, 구급대원, 중고등학생 등 내외부 의료교육 전담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제한된 의료교육·실습 기회를 가상환경으로 구축해 의료원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 보건교육까지 도맡는다.

김 센터장은 “기존 교육환경은 도제식으로 실습환경이 열악한데다 교육과 치료가 혼재될 경우 환자 안전도 위협받는다”면서 “선진국은 2000년대 초부터 시뮬레이터를 이용했는데, 이 교육을 거친 의료진의 대장내시경 처치 숙련도가 기존 의료진 대비 3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림시뮬레이션센터 실시간 3D 비디오 시술 교육실에서 한림대의료원 의료진이 3D 비디오로 시술 장면을 확인하고 있다.(한림대의료원 제공)
한림시뮬레이션센터 실시간 3D 비디오 시술 교육실에서 한림대의료원 의료진이 3D 비디오로 시술 장면을 확인하고 있다.(한림대의료원 제공)

김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 시뮬레이션은 의료IT 산업을 견인할 기대주인 동시에 의료진 역량, 환자 안전을 높일 도구”라면서 “여전히 대부분 기술과 솔루션이 외산인데, 병원과 정부, 기업이 뭉쳐 경쟁력 있는 콘텐츠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