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퇴직연금 문제로 지적됐던 가입자의 무관심한 운용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섰다.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이 가입자 무관심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제안서 서식에 명목 수익률 대신 실질 수익률을 표시하고, 연금사업자가 고객 성향에 맞춰 자동 운용하는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7일 퇴직연금 가입자 상품 운용 행태 개선을 위한 형태경제학적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감독정책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9월 말 기준 172조1000억원으로 매년 큰 폭 성장하고 있다. 다만 운용 수익률은 연 1.88%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은 높은 수익 추구 기회를 제공함에도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거나 가입자 91.4%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 DC형은 퇴직연금을 근로자 스스로 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금감원은 외부 교수진과 공동으로 행태경제학적 행동 실험 연구에 착수하고, 나온 결과를 향후 개선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한국 갤럽을 통해 선정한 총 630명의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변수는 △퇴직연금 교육을 했을 경우 △수익률 표준편차를 보여주는 경우 △실질 수익률을 보여주는 경우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자동으로 선택되는 경우를 적용·실험했다.
그 결과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에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실질 수익률을 직접 제시하거나 중위험·수익 디폴트 옵션 상품 구성을 제시할때 보다 고수익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다만 형식적인 퇴직연금 온라인 교육을 하거나 상품별 상세 위험 지표인 수익률 표준편차를 추가 제시한 경우에는 가입자의 변화가 없었다.
신원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국장은 “가입자 무관심으로 불합리하게 선택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 도입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제시된 디폴트 옵션 상품 구성에서 손실 발생시 이에 대한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결과를 올해 1분기 중 도입될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 표준서식'에 상품별 실질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을 참고 지표로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다만 디폴트옵션은 아직 책임 문제 여부가 불확실해 이번 정책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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