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수술대 오른 최저임금 결정체계, 노동계 반발·경제지표 선택 등 난제 산적

3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은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와 경제상황 반영이 골자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과 경제성장률 등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최저임금을 전문가들이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면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그 안에서 인상 수준을 정하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 계획대로 최임위를 구성하고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려면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당장 구간설정위 추천부터 문제다. 구간설정위 전문가 위원은 노사단체 직접 추천을 받거나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다.

노동계는 전문가 위원이 최저임금 구간을 제한하는 것은 노사 자율성 침해이며, 최저임금 인상 폭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구간설정위 위원이 노사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기존 최임위 모습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어떤 경제지표를 반영할 것인지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와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한다. 여기에 고용수준과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 하지만, 어떤 경제지표를 반영할지를 둘러싸고 진통이 불가피하다.

국회에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결정기준에 추가한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에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기업 지급 능력을 측정할 지표 관련 “전문가가 협의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은행과 통계청 통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실태조사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공방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 사정을 포함한 '경제 상황'을 추가하기로 한 것은 인상 속도조절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속도조절론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도 고용 수준을 비롯한 경제 상황이 작년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부터 적용되면 최저임금 상·하한선은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인상 속도조절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속도조절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공정성과 합리성을 보완할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인포그래픽. [자료:고용노동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인포그래픽. [자료:고용노동부]

최저임금 결정기준(안)

[자료:고용노동부]

31년 만에 수술대 오른 최저임금 결정체계, 노동계 반발·경제지표 선택 등 난제 산적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