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개선은 정체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는 8일 발표한 '2019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연구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는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이 전년에 비해 소폭 늘었다고 밝혔다.
주요 국가별 자율주행차 안정성을 불신하는 소비자의 비율은 미국이 2017년 74%에서 지난해 47%로 급감했지만, 올해는 50%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도 2017년 81%에서 지난해 54%로 크게 줄었다가 올해는 49%로 5%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일본 역시 2017년 79%, 작년 57%, 올해 50% 등으로 소비자 신뢰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반면 중국은 2017년에는 62%가 불신했지만 지난해 26%, 올해 25% 등으로 크게 줄어 대조를 보였다.
이런 소비자 신뢰 정체는 자율주행차 사고 보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자율주행차 사고 보도로 우려하게 됐다는 소비자들의 비율은 한국이 68%로 가장 높았고 미국 65%, 인도·중국 64%, 독일 56%, 일본 50% 등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개발한 자율주행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역시 국가별로 차이가 컸지만,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은 응답자 39%만 기존 완성차 브랜드에서 만든 자율주행차를 신뢰한다고 답해 지난해 47%에서 하락했고, 한국은 지난해 41%에서 하락한 37%로 조사됐다.
일본은 자율주행차 기술에 대해 완성차 업체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68%로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 76%보다 낮아졌다.
딜로이트 미국 자동차산업 부문 책임자인 크레이그 기피 부회장은 “자율주행차는 파일럿 단계에서 벗어나 실생활에 진입했으며 이제 현실적인 문제에 도전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는 완전한 자율주행차 수용에 대해 매우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주류 기술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수익률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 규제 등을 고려해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자율주행차와 달리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소비자의 29%는 차를 바꾼다면 하이브리드전기차(HEV)와 전기차(BEV) 등 내연기관이 아닌 차로 바꾸겠다고 답해 지난해의 20%보다 늘었다. 다만 아직 71%는 신차로 내연기관차를 사겠다고 응답했다.
독일은 내연기관차로 사겠다는 응답자가 63%로 전년보다 3%포인트 줄었고, 한국은 57%로 3%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소비자는 35%만 내연기관차를 사겠다고 응답해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이 비율은 전년보다 4%포인트 줄었다.
이밖에 세대별로 자동차 소유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경우 젊은 세대는 60%가량이 차량 소유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여 베이비붐 세대(45%)보다 훨씬 높았고, 한국은 젊은 세대의 33%가 자가 차량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자동차산업 책임자인 조 비타레는 “커넥티드와 전기차, 자율주행차 모두 우리 사회에 큰 가치를 제공하지만, 소비자들은 신뢰도 높은 브랜드에서 안전성이나 비용, 편의성, 탁월한 고객 경험에 대한 확실한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첨단기술을 수용하는 속도가 다소 느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율주행과 공유경제 시대로의 본격적인 이행 과정에서 얼리어답터 중심 시장에서 실용 중심 소비자가 이끄는 주류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 또는 후회하는 '단절현상'으로도 분석됐다.
딜로이트는 2009년부터 매년 20개국의 소비자 약 2만5000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