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진이 여성 불임 원인인 자궁내막증을 유발하는 후성유전학 조절과정을 규명했다. 차세대 자궁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국연구재단은 윤호근·유정윤 연세대 교수, 정재욱·김태훈 미시간주립대교수, 최경철 울산대 교수 연구팀이 자궁내막증 환자에게서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3 (HDAC3) 감소로 인해 유전자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조절돼 불임이 일어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막 조직이 자궁 밖의 복강 속에 존재하는 질환이다. 후천적으로 자궁내막증 환자의 자궁 내막이 딱딱하게 굳어져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 불임 여성의 35~50%가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
자궁내막증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 수술과 호르몬 약물 처방이 병행된다. 하지만 부작용과 재발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아 근본 치료를 위해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히스톤 탈아세틸화 효소3(HDAC3)가 유전자 구조를 조절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후성유전학 조절을 통해 자궁내막증을 일으키는 과정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HDAC3 단백질 양이 감소하면 콜라겐 유전자가 과발현되면서 자궁 기질 세포 기능에 교란이 생기고 자궁내막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그 결과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능력이 상실되면서 불임이 유발된다.
윤호근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자궁내막증 치료 전략으로서 후성유전학적 조절법이 유용한 것을 입증한 것”이라면서 “향후 새로운 자궁내막증 치료법과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교육부 소관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생물학 분야 전문지 '사이언스 트랜슬레이셔널 메디신(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월 9일에 게재됐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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