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한다.
앞서 정부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초안을 제시했다. 노동계가 '개악'이라며 반대하는데다 구간설정위 구성을 두고도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어 16일 전문가 및 노사 토론회, 24일 대국민 토론회 등을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로 넘길 예정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정부 개편안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면,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구간 내에서 최종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다.
객관성을 담보하겠다는 정부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최저임금을 결정지을 수 있는 구간설정위 위원 구성과정이 갈등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 성향에 따라 최저임금 상승 폭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간설정위 전문가 위원 선정방식으로 노·사 단체가 직접 추천하거나 노·사 단체 의견을 들어 선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현재 최저임금위 노·사 위원을 선정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이원화가 오히려 최저임금 결정과정을 복잡하게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 제도개선TF도 제도개선을 논의하면서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더라도 현재 갈등 구도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표면상으로는 노·사단체 추천이지만 실제로는 의견이 대립할 경우 현행 제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개악이라고 맞서고 있는 노동계 반발도 넘어야 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정하겠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임금교섭을 해보지 않은 이들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은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악 법률 처리를 강행하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번 개편이 전문가와 공익위원 입지는 강화하고 노·사 당사자는 거수기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경영권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 참여는 제한하면서 경영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도록 최저임금을 억제해 사업주 이윤만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방향에 대한 노·사단체 의견과 일반 국민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자 한다”며 “토론회와 함께 1월 말까지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노사단체를 포함한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