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공지능(AI) 업계 최강자 구글과 아마존이 'CES 2019'에서 패권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처음 CES에 부스를 꾸린 구글은 올해 전시 규모를 3배 확대하고, 전시 내용도 다양화했다. 올해 처음 부스를 만든 아마존은 메인 전시장뿐만 아니라 베네시안 호텔, 아리아 호텔 등 곳곳에 공간을 마련했다. AI가 CES 화두인 만큼 양사 부스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구글과 아마존은 자사 AI 플랫폼 강점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고, CES에서 파트너십 발표 등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도 힘썼다.
◇1억대 '알렉사' vs 10억대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AI 플랫폼 '알렉사'와 구글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는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어설 정도로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CES에서는 처음으로 양사 모두 부스를 꾸리고 참여했다.
아마존은 알렉사 탑재 기기가 150종, 1억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기기가 이달 말까지 10억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치상으로 구글 AI 플랫폼 탑재기기가 10배 많지만 상당수는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양사는 자사 부스 밖에서도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구글이나 아마존과 협업한 기업이 관련 제품을 대거 전시하면서 전시장 곳곳에 구글 어시스턴트와 알렉사 안내판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글은 자사 기술 시연을 도와줄 요원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세를 과시했다.
◇일상 어디에나 파고든 AI
AI 적용 기기가 늘어나는 것은 적용 대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처음 AI 비서가 나왔을 때는 적용한 기기가 스마트폰과 스피커 정도에 그쳤지만, 현재는 TV와 각종 가전, 자동차, 도어락, 콘센트, 전등, 샤워기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 전자기기에 AI를 적용했다.
구글 부스에서는 한쪽 벽면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기기 종류를 전시했다. 다른 쪽에서는 구글 AI를 통해 일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상황을 보여줬다. 예를 들면 외출 시 전등을 껐는지, 문을 잠갔는지 등을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전등과 도어락을 통해 확인하고 제어하는 식이다. 또 AI에게 식료품 구매 알람을 요청해 놓으면 사용자가 마트 근처를 지날 때 알람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AI 적용 기기 확대는 각각의 AI 기기를 연결함으로써 보다 지능화된 일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혼자 보다 함께…생태계 확장
올해 CES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협력이다. 기업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합종연횡을 보여주며, 생태계 확장을 도모했다. 특히 AI 분야에서 협력이 활발했다.
하드웨어 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구글, 아마존과 협력을 선택했다. 독자 AI 플랫폼 '빅스비'를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와 연동시켰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어떤 회사도 모든 부분에 강하지는 않다”면서 강점을 극대화하는 협력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는 구글에 이어 올해 아마존과 협력을 발표했다. LG전자는 TV에 구글 어시스턴트에 이어 알렉사도 적용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발전하던 AI 기술이 이제는 플랫폼 간,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한 형태가 됐다”면서 “협력을 지속한 후 어느 플랫폼이 더 강력해지고, 어느 플랫폼 영향력이 약해질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