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연결은 단순히 물리적인 연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남·북한 경제협력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우리나라에 새로운 북방 대륙경제권으로 가는 길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곧 구체화 될 남북 철도 연결이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로 가는 출발점 역할도 하지만 남북 경협, 나아가 중국·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활로를 뚫게 된다는 설명이다.
나 원장은 20년 가까이 북방까지 이어지는 철도 연결과 대륙경제권 진출을 대비해 온 인물이다. 연구자로서 철도 궤도 폭이 다른 우리나라와 러시아 철도를 연결하는 '궤간가변대차'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국가 철도기술 연구기관 수장으로서 11월 30일부터 남북 공동으로 진행한 '경의·동해선 철도조사'차 직접 북한 철도를 살펴봤고, 12월 26일 열린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번에 조사한 경의·동해선이 특히 중요한 경제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경의선은 북한 내 첫 번째 중심축이다. 중국 베이징행 국제 열차도 지난다. 이를 활용하면 고속철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북경까지 6시간이 채 걸리지 않게 될 전망이다. 아직 시장 진출이 미진한 '둥베이 삼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에 대한 접근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동해선은 러시아로 연결되는 최단거리선이다. 산업단지 밀집지인 청진을 지나 북한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선이다. 역시 고속철 기준으로 한 주 내에 국내에서 모스크바까지 물류를 실어나를 수 있다. 그동안 해상 운송으로는 한달이 걸렸다.
나 원장은 “남북 철도 연결은 대륙으로 향하는 물류를 더욱 빠른 시간에 전달하고,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당장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북한 내 철도 상태부터 문제가 된다. 나 원장이 직접 살펴본 북한 철도는 예상보다 상태가 좋았지만, '현대화'가 시급했다. 한 노선에 선이 두 개인 복선화율이 3%로 낮다. 중심축인 경의선도 마찬가지다. 일제시대에는 복선이었지만 6·25 전쟁 후 급하게 복원하는 과정에서 단선이 됐다.
신호통신 제어 체계도 개선이 필요하다. 일제시대 이후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전철화율의 경우 80%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러나 직류 전원을 활용해 교류를 쓰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많은 관련 연구개발(R&D)과 실제 철도 급속개량이 필수다.
나 원장과 철도연은 정부를 도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에 힘쓰고 있다. 대륙 철도연결을 염두에 둔 추가기술 연구도 준비한다. 대륙형 열차 정밀 제동 기술과 고강도 열차 연결기, 혹한을 견딜 수 있는 내한성 열차 소재 기술 연구가 주된 내용이다.
나 원장은 대륙까지 이어지는 철도 연결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보태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철도 연결은 절대 북한만을 위한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경제 이득과 일자리 창출 성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의미가 큰 사업인만큼 큰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