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최우선 과제인 '경제활력'을 높이고자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혁신산업 전략 투자로 식어가는 성장엔진에 불을 지피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정책 수정 요구가 지속 제기된 소득주도성장은 보완하더라도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경제는 바로 '혁신'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도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혁신으로 전통 주력 제조 산업을 부흥시키고, 새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혁신산업 투자를 본격화한다. 데이터·인공지능·수소경제 등 3대 기반경제에 올해 1조5000억원 예산 지원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약 10조원을 투입한다.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자율차 △드론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산업 △스마트팜 △핀테크 등 혁신성장을 위한 8대 선도사업에도 3조6000억원 예산을 쏟는다. 임기 내 혁신성장 선도 분야 석·박사급 인재 4만5000명, 과학기술·ICT 인재 4만명 양성 계획도 내놓았다.
혁신성장의 핵심인 규제혁신 의지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발굴을 위해 필요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 “규제혁신은 가치가 충돌하고 이해 집단 간에 격렬한 이해 상충이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해관계자에게 '유연한' 자세를 요청했다.
대표 사례로 '카풀'을 들었다. 카풀은 공유경제 주요 서비스지만 최근 활성화방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적절한 보상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부가 적극 노력해나가겠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옛날 가치를 고집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보이는데, 시대에 맞게 상대와 대화하는 유연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현대자동차 노사간 지혜를 모아주길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가 한국에 새 생산 라인을 설치한 게 얼마나 됐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하다”며 “노사 간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주길 바라고 그렇게 된다면 정부도 전폭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1996년 충남 아산공장을 지은 뒤 국내 신설 투자를 한 적이 없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약 530억원을 투자, 엔진 배기량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진행을 맡아 질문자를 지목했다. 회견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 40분을 넘겨 2시간 이상 이어졌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