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징후라고 판단하면서, 북한이 보다 과감하게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은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초부터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8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방중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성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마도 이쯤되면 정말 머지 않아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고위급 협상 소식을 듣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선언적 결과에 그쳤던 1차 회담보다 2차 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하며, 미국은 비핵화를 독려하기 위한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며, 늦어진 만큼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비핵화 등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일부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상응조치를 '패키지딜'로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설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2차 북미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없이는 안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종전선언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입장 차이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 직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북미(회담이) 먼저 이뤄지고 나면 그 이후 답방은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2차 북미 회담 후 어떻게든 남북정상이 마주앉아 북미회담 내용을 공유하면서 남북발전을 이야기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답장을 전달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다만 외교 관례상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주한미군과 괌·일본에 배치된 미 전략자산 등은 상응 조치와 연계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주한미군이라든지, 미국 괌이나 일본 등에 배치된 여러 전략자산은 북한과 연결된 게 아니라 동북아 전체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북미간의 비핵화 대화 속에 상응 조건으로 연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해 일군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토대로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를 밝힌 만큼 남북 경협 확대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면서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