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는 드론 기업만 3000개가 넘습니다.”
CES 2019에서 드론 영역 부스를 돌아다니다 보니 유독 중국 드론 기업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 선전이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선전이라고 답했다.
선전은 상업용 드론 시장 70%를 차지한 DJI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을 과점할 정도로 세계 1위를 차지한 기업 바로 옆에서도 동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니 용기가 대단하다. 우리로 치면 삼성전자 공장 옆에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차린 셈이다.
선전에서 온 기업은 다양했다. 수중 탐사용 드론 '글라디우스 미니'를 만드는 '체이싱이노베이션', 컵 모양 기체에서 로터를 접고 펼치도록 해서 휴대성을 높인 '레베탑', 농업용 드론을 만드는 '시노칩' 등 다양한 업체가 세계를 상대로 제품과 기술을 자랑했다. 몇 개 회사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에 사무실까지 두고 있었다.
선전은 중국에서도 매우 빠르게 드론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를 정비한 지역이다. 그러나 규제뿐만 아니라 선전에서 우후죽순 드론 기업이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은 또 있다. 부품부터 완성품까지 거대한 생태계가 이뤄진 것이다.
중국 드론 기업 한 관계자는 “드론 기업이라면 중국에서 선전에 입주할 수밖에 없다”면서 “드론 제조에 쓰이는 각종 부품사가 거대한 공급 망(서플라이 체인)을 이루고 있어 아이디어만 있으면 재빨리 시제품을 만들 수 있고, 양산도 쉽다”고 전했다. 오히려 DJI 성공을 중심으로 거대한 드론 생태계가 조성된 셈이다.
선전의 크고 작은 드론 기업을 보며 우리도 생태계 조성과 함께 규제 완화가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기업도 새로운 시장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드론은 공중뿐만 아니라 수중드론, 사람을 나르는 '플라잉카' 등으로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드론 기업들은 DJI가 장악했다는 패배주의에 빠지기보다 틈새시장,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었다. 기자가 “DJI가 있는데 장사가 되는가”라고 묻자 기업 대부분이 “DJI가 하지 않는 드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