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레고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흥미로울 때가 있다. 말도 하기 전 작은 손으로 제법 큰 블록들을 여기저기 맞추어 보다가 어느 순간 아귀가 맞아떨어지며 두개가 결합되는 순간 성취감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블록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블록들을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방법대로 하나씩 쌓아 나가는 것을 보며 천개의 피스를 맞추는 퍼즐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레고는 유아기 아이들의 소근육발달에 좋고 집중력과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아이를 키우는 집이면 연령을 불문하고 어느 집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난감이다. 초창기 레고는 하나의 틀을 제시하고 이를 그대로 따라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애착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후 인터넷게임의 등장으로 침체기를 겪은 후 새로운 문제 정의를 통해 스스로 틀을 만드는 방식으로 변화해 갔다. 이를테면 가지고 있는 시리즈별 다양한 레고 블록을 통해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어 보는 식이다. 이때 흥미로운 점이 생긴다. 블록을 처음 발견한 아이들보다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가지 틀을 경험해 본 아이들이 보다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새로운 창작물들을 쏟아낼 수 있다. 노는 법을 아는 것이다.
필자는 기업의 리더들을 접하며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창의적인 과제는 마치 젊은이들의 상징인 양 사회 초년생들에게 아이디어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든 조금 덜 편향되어 있어 때(?)묻지 않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그들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러하기도 하다.
그러나 리더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이 40대 중반이라는 것은 이와 결코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는 맥락을 읽는 힘에서 나온다.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은 상식에 대한 폭과 깊이, 경험에 의한 횟수에 좌우된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고 창의성은 곧 다른 방식의 연결이기에 그러하다.
어떤 시대를 지나고 있느냐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리더의 덕목으로 창의력 추진력 친화력 상상력 설득력 순발력 등 수많은 자질이 요구되지만 어쩌면 가장 핵심은 불안을 견디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리더는 고독을 견디는 사람들이다.
지금 내 생각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다음이 불안해 보여도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내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확신을 주지 못할 때 접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상상했던 그 모습을 현실에서 구현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선택의 매 순간 불안과 고독이 친구처럼 함께 할 것이다. 이런 시간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해석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가의 영역과 신념을 갖고 상상을 현실에 발 딛게 만들려는 능력을 골고루 갖춘 이들이 리더이다.
고독이 리더의 숙명이라면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무엇일까. 생각의 속도보다 빠르게 현실이 바뀌어 가고 산업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져 전혀 다른 분야가 융합하며 진보를 가져오는 시대에 창의력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진부한 명제가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간혹 창의성은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생성에서 온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창의(創意)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융합, 변형할 줄 아는 기술이다. 알고 있는 것을 깨부수고 새롭게 개념정의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미 성립된 개념과 지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중년의 리더십에 희망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많은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했는가. 그렇다면 이제 그것을 부수어 다시 재조립할 수 있는 때이다.
필자소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경영지도사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정평경영컨설팅 협동조합 대표 컨설턴트 평가위원(TIPA, KEIT, IITP, KOCCA)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총괄위원(IITP)
前 에스제이나인 대표
前 현대투자신탁증권(現 한화투자신탁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