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을 주제로 작성한 논문 대부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팀은 '게임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보고서에서 2013~2018년 '게임중독'과 '게임 과몰입'을 다룬 국내외 논문 671편 가운데 게임 이름을 1개 이상 구체화해서 명시한 논문은 전체의 8.2%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전체 논문 가운데 38%인 256건은 플랫폼, 유형 등 이용 행태가 다른 개별 게임 특성을 무시하고 '게임'으로 통칭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게임(271건), 온라인 게임(110건), 비디오 게임(109건), 컴퓨터 게임(19건) 등 게임마다 의미가 서로 다르지만 모두 게임 일반 범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게임을 중독으로 볼지 여부는 게임 업계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게임을 보는 일반인 인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크기 때문이다. 자칫 게임 중독을 마약·도박과 같은 중독성 콘텐츠로 인정할 경우 강력한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 게임 장애를 정식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연구 결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할 때다. 전문성은커녕 기본 상식 수준의 내용조차 담지 않은 논문이 범람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학계와 연구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게임 강국이다. 콘텐츠 수출 비중도 적지 않다. 지금도 대한민국 게임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게임 종주국 역할을 하는 입장에서 외려 우리나라가 게임을 중독이나 질병으로 규정한다면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정확한 선행 연구가 우선이다.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입관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전문가조차 색안경으로 본다면 일반인은 균형 감각 갖추기가 어렵다. 논문 주제에 의도가 있거나 시류에 편승한 논문은 게임 산업을 정확하게 보는 데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