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기업 투자' 외치는 문 대통령...기업의 실제 고민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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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이 커 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일 경제단체를 찾아 신년회를 개최한데 이어 마련한 두 번째 소통 행사다. '공정경쟁'과 '재벌개혁' 핵심으로 '기업 옥죄기'에 나섰던 현 정부가 기업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과 정부가 함께 혁신성장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열었지만 갈 길이 멀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강행,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편 요구 등 현 정부 출범 후 지속된 정책에 기업 피로감이 높다. 기업의 각종 현안에 대해 정부와의 온도차가 여전하다. 한 번의 대화만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떨어진 기업인의 사기를 되살리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기업 소통 분위기는 지난해와 다소 다른 듯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 경제 정책이 갑작스럽게 변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인 소통으로 상호 의견 차를 좁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기업 총수 22명을 포함해 기업인 128명이 참석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대화는 기업인이 주도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됐다.

재계는 현 정부의기업 소통 기조을 반기면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현실적인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여러 경제단체가 최저임금 인상과 산정기준 개편,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따른 부작용에 우려 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 가파른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환경이 악화되고, 지난 연말 주휴시간 산정 기준 개편 과정에서 기업에 부정적 변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원칙 측면에서는 찬성하지만 실제 적용을 놓고 기업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거세다. 정부와 여당이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입법 과정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단위 기간 확대 폭을 두고도 이견이 많다.

황창규 KT 회장은 토론회에서 첫 질문자로 나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황 회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정부가 개인정보인 로밍데이터 사용을 허용하면서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조기에 격리시키는 성과를 냈다”며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 되도록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개인의 실명 정보가 아니라, 가명화된 가명 정보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면 AI 빅데이터 기반 각종 공익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규제샌드박스 법이 17일 발효되고, 개인정보 3법은 작년 11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라면서 “이해관계자가 같이 머리를 맞대어 잘 준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성장에 관한 3가지 견해를 밝혔다. 최 회장은 혁신성장 기본 전제로 △실패를 용납해야 하는 철학적 배경 △그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 간 공감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백업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게임과 유통업계에서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 업게는 '셧다운제' 같은 정부주도 게임 규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는 게임산업 전체 발전이 더디어지는 악순환 축으로 지목됐다. 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함에도 근본 처방은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규제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여기에 2017년 3월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이 한국게임에 신규 외자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도 업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 어려움에 관계 부처가 개선방침을 밝혔으나 업계가 체감할만한 성과는 적다.

유통업계도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이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등 새로운 규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상황에 '통 큰'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의무휴업에 따른 소규모 자영업 활성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요구하는 현안 개선에 적극 응하게 독려할 방침이다. 이날 대화에서 다루지 못한 과제도 담당부처를 지정해 사후 논의하기로 했다

관건은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 목소리를 얼마나 실행에 옮기는 가다. 단순히 소통을 위한 이벤트에 그친다면 1년 뒤 행사에도 똑같은 모습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업인과 소통하려는 이런 창구는 자주 열어야 한다”면서도 “각종 경제지표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시각차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 등 기업의 어려운 점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