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우울증·자살위험도 증가시킨다

미세먼지, 우울증·자살위험도 증가시킨다

연일 최악 미세먼지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대 의대 연구진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에 장기 노출되면 뇌로 가는 염증 물질이 증가, 우울증 발생과 자살 위험도를 높였다. 연구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환경 보건 전망'에 실렸다.

연구진은 2002~2010년 서울시의 같은 구에 거주하고, 이전에 우울증 진단 이력이 없는 15~79세 2만7270명을 대상으로 '장기 미세먼지 노출과 우울증 연계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초미세먼지에 장기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일반 집단에 비해 주요 우울 장애 위험도가 증가했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미세먼지 장기 노출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보험공단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추출했다.

연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당 100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 우울증 위험비는 1.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하면 우울증이 발병,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을 확률이 40% 이상 증가했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는 우울증 위험비가 1.83으로 더 높았다. 미세먼지 증가에 따라 우울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미세먼지로 인한 우울증 발병으로 자살 위험도 최대 4배 증가했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에 등록된 26만5749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자살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년 동안 미세먼지(PM 10.0)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의 자살 위험이 가장 적게 노출된 그룹보다 4.03배나 높았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유발된 각종 유해 물질이 인체에 유입되면서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다.

PM 2.5 이하 먼지 표면에는 중금속 같은 유해 물질이 대량 흡착돼 있다. 유해 물질이 폐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계를 돌면서 이차 국소 염증 반응을 발생시킨다. 신경을 타고 우리 몸으로 유입돼 뇌 신경계 등 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는 뇌 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세로토닌 분비 등을 억제한다. PM 2.5 이하에 장기 노출되면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발달장애 질환 위험도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김경남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환경의학)는 “초미세먼지가 폐 등 호흡기에 들어와 순환계를 통해 뇌에 유입되면 염증 반응을 유발, 우울증과 각종 정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뇌 내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지면서 우울증 등 신경계 질환 위험도가 증가, 미세먼지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부터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급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