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와 스타트업 업계가 올 한해 중점 추진 과제로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을 선정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운영계획을 의결했다. 앞서 벤처기업협회도 '혁신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에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을 넣었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의결권이 두 개 이상인 주식을 말한다. 1주 1의결권을 명시한 현행 상법과 달리 1주당 다수 의결권을 보장한다. 창업자의 기업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대표 수단이다.
미국, 중국 기업들은 이미 해당 제도를 활용한다. 미국 페이스북, 중국 알리바바, 샤오미 창업자들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받았다.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업계는 혁신 성장을 위해선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자와 투자자 간 이해관계와 대립이 기업 혁신 역량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율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지분이 커질수록 기업은 혁신보다 수익 실현에 치중한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중 상당수는 지분율이 30%에도 못 미친다. 10%가 채 안 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벤처캐피털(VC) 자금이 몰리면서 돈은 국내기업이 벌고 수익은 해외 VC가 챙겨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 성장에 필수 요소다. 초기 기업일수록 경영권 방어보단 투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한 글로벌 VC 투자를 마다하기도 어렵다.
아직 정치권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차등의결권 주식이 '재벌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를 의식,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는 벤처·창업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주식을 제한적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치권 대상 전향적 태도 변화를 끌어낼 계획이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업 가치가 낮을 때 투자를 반복하면 창업자 지분율이 급속도로 떨어진다”며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려면 차등의결권주식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