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몰린 카카오가 끝내 한 발 물러섰다. 택시업계를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초대하기 위해 조건 없는 카드를 내밀었다. 본사업에 앞서 진행 중이던 베타테스트 서비스를 중단했다. 택시업계는 카풀 시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해야만 대타협기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에서 이미 택시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대화의 장이 마련되면 갈등이 풀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범서비스 중단 배경=카카오에게는 처음부터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10일 또 다시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했기 때문이다. 카풀 관련 국토교통부 내부 문건 유출 사태도 결정타를 날렸다. 국토부가 '택시 업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택시기사 반발이 더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타운홀미팅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15일 청와대에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앞두고 정무적 판단을 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전망=공은 택시업계로 넘어갔다. 카풀 시범 서비스 잠정 중단이라는 카드에 화답할 차례다. 그러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카카오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택시업계의 공세가 거세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엔 국토부 장관 사퇴라는 강수를 내세웠다. 문 대통령 면담 수용까지 바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택시 관계자는 “장관 사퇴 전에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합류하지 않겠다”며 “(국토부 문건 유출 사태에서 보듯) 정부와 카카오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국토부 문건 유출 논란으로 갈등 양상이 정부·카카오 대 택시 간 대결 구도로 바뀐 것이다. 그동안 여론 지지를 더 얻고 있던 카카오 부담만 가중된 셈이다.
택시업계 버티기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갈수록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지기면서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당장 중지되더라도 공유경제라는 큰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상생의 묘수를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