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최대규모 '자율주행차 요람' K시티에 가다

“K-City(K시티)는 실제 자율주행 시험에 필요한 것을 영국, 스위스 등에서 컨설팅을 받아서 구현한 것으로, 세계 최고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라고 자부합니다.”

홍윤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실장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홍윤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실장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지난 18일 방문한 국내 최초 자율주행 실증도시 'K-City(K시티)'에서 홍윤석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자율주행실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민간에 처음 공개된 K시티는 125억원이 투입돼, KATRI 주행시험장 내 36만㎡(약 11만평) 규모로 조성됐다.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미국 M시티(M-city)보다 약 2.7배 크다. 여의도 전체 면적 8분의 1에 달한다.

K시티는 실험 환경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M시티는 실험 가능 최대 속도가 시속 72㎞에 불과하고 시가지 위주 실험만 가능하다. 반면 K시티는 자동차전용도로 도심부, 스쿨존, 자율주차, 교외도로 등 5가지 평가환경을 갖추면서 총 14개 실험 구간이 있다. 통신환경도 WAVE, 4G(LTE), 5G 등 다양한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8일 K시티 내 도심 교차로 구간에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성능 시험이 진행됐다.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지난 18일 K시티 내 도심 교차로 구간에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성능 시험이 진행됐다.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K시티 내부는 작은 도시를 연상시켰다. 자율주행 데이터센터에서 K시티 입구를 지나면 바로 '회전교차로'가 나타났다. 회전교차로는 자율주행차가 복합한 도로 상황을 인지하고, 차량 간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이어 직각·평행·사선 주가 기능평가가 가능한 '자율주차시설'이 있었다. 도심 교차로 구간은 컨테이너 건물들이 병원, 영화관, 음식점의 모습으로 늘어서 있었다.

고속도로 구간은 시속 100~120㎞ 속도로 진입이 가능한지 시험할 수 있었다. 톨게이트도 설치해 진출입로 통과, 하이패스 인식 등에 대한 반복 실험도 가능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K시티에 총 310억원을 추가 투자해 자율주행 실험시설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악천후 상황이나 통신 사각지대 등 다양한 환경을 추가 조성해 여러 조건에서 자율주행 실험을 할 수 있다.

이 중 130억원이 비, 안개, 일조 등 여러 가상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입된다. 또 GPS, V2X 등 전파차단, 교란이 일어나는 도심 빌딩숲, 터널, 지하차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성 평가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8일 K시티 내 도심 교차로 구간에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성능 시험이 진행됐다.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지난 18일 K시티 내 도심 교차로 구간에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성능 시험이 진행됐다.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홍 실장은 “K시티는 실험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혁신성장 지원센터도 설치하고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을 이 상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기술개발 인큐베이팅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시티에서는 자동차·IT업계 및 대학·연구원 등에서 다양한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2019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기아차 K9, 메르세데스-벤츠 CLS,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 10개 차량에 대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대상 10개 차량은 모두 AEB를 기본 장착하고 있다. 다만 제조사마다 세팅 값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속 30㎞ 이하 주행 △스티어링휠 조작 금지 △브레이크 조작 금지 △탑승객 전원 안전벨트 착용 등 공통 조건을 갖추고 시험을 진행했다. AEB 시험 횟수는 한 차량 당 총 25회 가량으로, 반복 시험을 통해 성능을 비교했다.

지난 18일 K시티 내 도심 교차로 구간에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성능 시험이 진행됐다.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지난 18일 K시티 내 도심 교차로 구간에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성능 시험이 진행됐다.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교차로를 출발한 차량이 더미(모형차량)에 다가갈수록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갔다. 더미가 눈앞까지 가까워졌을 때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리면서 제동장치가 작동했다. 본능적으로 오른발에 힘이 들어가려고 했지만, 눈을 꼭 감고 차량에 몸을 맡겼다. 대부분 차량은 더미 1~3미터 앞에서 정확히 멈췄다. 일부 차량은 적게는 한 번, 많게는 서너 번 더미와 부딪히기도 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AEB에 대한 제조사별 기술과 철학도 알 수 있었다. 볼보는 AEB 작동 단계에 따라 안전벨트를 강하게 잡았다가 다시 풀어주면서 탑승객 안전과 함께 편안함도 보장해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속도, 더미와 거리에 따라 제동장치를 한 번 또는 두 번 나눠서 작동했다. 현대차는 최대 시속 50㎞까지 AEB가 작동해서, 웬만한 시내 주행에서 안전을 보장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