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위주 현장실습'을 도입한 후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이 급락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산업계 수요 변화에 맞춰 직업계고 교육과정도 함께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1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 부천 신광엠엔피에서 산업계 및 교육계 인사들과 가진 '직업계고 현장실습 및 고졸취업 확대를 위한 경청회'에서는 이 같은 현장 목소리가 높아졌다.
교육부는 2017년 제주도 현장 실습생 사망사고 후 지난해 2월 조기취업 형태 현장실습을 폐지했다. 대신 교육 측면을 강조한 '학습위주 현장 실습'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부담을 줬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학습할 근로자를 배정해야 해 부담인데다 학생 역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 힘들어 불만이 쌓였다. 과거 현장실습과 함께 자동 취업으로 연결되던 고리가 사라지니 취업률도 떨어졌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날 경청회를 실시했다. 경청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김경준 메트로엔지니어링 대표 등 중소기업 대표와 특성화고 교장과 학생 등이 참석했다.
김태갑 안양공고 교장은 “특성화고는 조기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돼 있는데, 현장실습이 잘 안되니까 취업하기도 어려워졌다”면서 “실제 지난해 취업률이 58%에서 올해 25%로 떨어졌는데,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신입생 모집도 어렵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장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때,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건희 부천공고 학생은 “현장실습을 하다 경기가 나빠져 퇴사한 친구들과 도금장에서 화상을 입은 친구가 있는데, 이 일로 친구들의 꿈과 희망이 한순간 날아가버렸다”면서 “이런 사정이 생겼을 때 좋은 직장을 찾아주고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기업 대표들은 현장실습시 불필요한 서류작업에 부담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또 특성화고에서도 산업계 업종 특성에 따라 교육 과정이 세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금섭 아우라코스메틱스 대표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 선도기업이 돼야 하는데, 서류작성도 복잡하고 불필요한 안전점검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 관계자들도 정부주도형 도제교육과 지자체형 도제교육을 비교하면서, 교사들에게 서류부담을 주는 정부주도형보다는 지자체형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4년제를 졸업하고 취업이 안 돼 비싼 수강료를 내고 직업 훈련을 하는데 그러다보면 서른이 넘는다”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특성화고 교육과정이 세분화될 수 있다면 이런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현장실습 제도가 바뀌면서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과 기업을 맞춤형으로 연결할 방법을 찾고 부족한 제도를 보완해 오는 25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면서 “미래에는 현재 직업의 50%가 바뀐다는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학생 개개인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