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연에서 소량 생산되는 항생제 젠타마이신 B의 미생물 내 합성 과정을 규명했다. 젠타마이신 중간체가 유전병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윤여준·차선신 이화여대 교수, 항웬 류 텍사스대 교수, 박제원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 과정을 완전히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젠타마이신 B는 결핵균, 포도상구균 등에 사용되는 가장 오래된 항생제이자 후세대 항생제 원료다.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병원균이 발견되면서 기존 항생제의 구조를 변형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요구된다. 대표 2세대 항생제인 이세파마이신은 젠타마이신 B를 원료로 화학 합성을 통해 얻어지는 반합성 항생제로 다제내성 병원균의 치료에 쓰인다.
자연에서 미생물이 젠타마이신 B을 생합성하는 과정을 규명하고 젠타마이신 B를 주생성물이 되도록 조절하는 연구는 다제내성 병원균 대응 항생제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지금까지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 경로는 세계 과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예상되는 모든 중간체를 화학 합성했다. 생합성 과정에서 필요한 효소를 발현·정제해 각 중간체가 효소 반응을 통해 만들어낸 물질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젠타마이신 B의 합성 경로를 최초 규명했다.
생합성 과정을 연구해 젠타마이신 B가 자연에서 미생물로부터 극소량 생산되는 원인을 확인했다. 반응에 반드시 필요한 효소가 기질 유연성이 낮은 것이 이유였다. 과정에서 자연에 극소량 존재하여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중간체 7종을 확인했다.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필수 단백질 결손으로 야기되는 질환인 낭성 섬유증,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헐러 증후군 치료에 중간체를 응용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윤여준 교수는 “50년 동안 알려지지 않은 주요 항생제의 미생물 내 합성과정을 최초로 규명했다”면서 “중간체는 유전병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대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했다. 생화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케미칼 바이올로지(1월 15일)'에 게재됐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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