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리카코리아가 '임페리얼' 브랜드를 매각하며 구조조정 및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회사 측은 적자가 예상돼 판권 매각과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조합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22일 본사에서 노조 및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며 임페리얼 판권 매각과 구조조정 사실을 밝혔다.
투불 대표는 “회사는 이대로 가다간 18개월 내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임페리얼 판권을 넘기고 회사 생존을 위해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내달 1일까지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며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정규직 221명에서 127명을 감원해 94명으로 직원 수를 줄일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영업 150명→52명 △마케팅 19명→13명 △파이낸스&IT 41명→18명 △HR&홍보 7명→5명 △법무팀 2명→3명으로 조정한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위로금은 회사 단체협약에 준하는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최대 36개월치 임금지급이 가능하다.
매각하는 임페리얼 브랜드 판권은 '드링스 인터내셔널'이 담당한다. 앞서 페르노리카는 22일 전국 주류 도매상에 '3월 1일부터 임페리얼 브랜드 위스키 사업의 영업과 판매활동은 드링스 인터내셔널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드링스 인터내셔널은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임페리얼 판매를 위해 신설할 신생 법인으로 알려졌다. 페르노리카측과 김 대표는 임페리얼 국내 판권을 두고 지난해부터 협상을 벌여왔고, 최근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향후 임페리얼 위스키 영업과 판매활동은 드링스 인터내셔널이 담당하고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 앱솔루트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임페리얼 매출이 국내 페르노리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인건비와 투자비 등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노조를 비롯한 직원 반발이 예상된다. 노조와 합의 없이 임페리얼 판권 매각과 구조조정 진행 통보 등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노동조합과 어떠한 협상도 없이 사전에 도매장 사장들에게 매각 사실을 통보했고, 명분이 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서 “이는 노사합의를 깨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전 조합원 쟁의행동 결의를 계획하는 등 한국 직원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할 예정이다.
한편 위스키 업계는 일반 주류회사가 아닌 김 대표가 임페리얼 판권을 인수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7여년간 주류업계에서 위스키 전문가로 활약한 베테랑으로 국내 위스키 업계 '대부'로 평가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큰 변화를 맞이한 사건”이라면서 “임페리얼 브랜드와 김 대표 영업력의 시너지 효과, 구조조정 등 향후 행보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