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소기업계는 어려운 정도를 넘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IMF 금융위기 때보다도 문 닫는 기업이 많을 정도입니다. 조합장 17년차이자 중소기업중앙회 이사 3년, 부회장 12년을 지낸 입장에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죄 짓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소기업이 처한 9회 말 위기 상황을 타개할 '능숙한 구원투수'가 필요합니다.”
주대철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세진텔레시스 대표)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중기중앙회에서 중책을 맡아 정책 제언에 앞장섰다.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부회장만 3번 연임, 12년을 내리 자리를 지킨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현업 종사자가 아니면 인지하기 어려운 업종·조합별 애로와 틈새 규제까지 파악해 해소에 나선다.
주 부회장은 “그동안 중기중앙회 부회장을 맡으며 다양한 정책을 제언하고 실행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며 “예우받고 군림하는 중기중앙회장이 아닌 중소기업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회장이 되고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우선 공약으로는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단체수의계약 부활'을 내세웠다. 공공입찰 시장에서 소외받는 소기업에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조합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체수의계약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2004년 처음 중기중앙회 이사를 맡아 주도했던 활동 역시 단체수의계약 폐지 저지 운동이다. 당시 2년 유예 끝에 폐지되고 말았지만 조합 활성화와 중소기업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현행 경쟁입찰 구조 하에서는 일자리 창출 기업에 가점을 주고 하다보면 이미 잘 되고 있는 기업으로만 일감 쏠림이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주 부회장은 “공공조달 시장 경쟁입찰 평균 낙찰가는 보통 예가 88% 정도로 단체수의계약으로 100%를 다 지급한다 할지라도 전체 시장을 3조원이라 치면 36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경제 살리고 일자리 만들겠다고 예산을 쏟아붓는 마당에 3600억원으로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다면 아주 저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규제 타파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협동조합 사업 목적과 상충되는 공정거래법상 '카르텔' 규정이 대표 사례다.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콩 쿼터 제한으로 두부·장류 제조 중소기업이 손실을 감내하게 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문제도 그가 요즘 집중하는 분야다.
이외에도 자동차정비업계, 고소작업대, 승강기관리분야 등 조합·업종별 자잘한 규제를 꼼꼼히 파악한 상태다.
중소기업 종사자를 위한 전문 교육과정도 구상 중이다. 사이버대학 형태로 중소기업대학과 대학원대학을 설립, 중소기업 임직원이 회사를 다니며 장학금으로 학위를 받는 구조다. 전체 87%에 이르는 고졸·전문대졸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8~10년 회사를 다니며 공부하면 석·박사까지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취지다. 20년 후 중소기업 기반을 지탱하는 고급인재도 자연스럽게 양성된다.
그는 현 정부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서 “현실을 모르는, 기업 외면한 정책”이라고 평했다. 대통령은 들으려는 의지가 있으나 정책 입안자와 실무자가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 부회장은 “대한민국 경제 근간인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법정단체로서 정권에 길들여지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 할 일과 할 말을 하는 중기중앙회를 만들 것”이라며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