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 공룡 기업 아마존이 물류 창고 직원들에게 '안티 로봇 조끼'를 보급한다. 로봇의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센서가 달린 의류를 제공하는 것이다.
2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내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로보틱 테크 조끼(Robotic Tech Vest)'를 보급한다.
벨트 형태로 된 이 조끼에는 로봇이 인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있다. 물류 로봇이 작업을 하다가 이 조끼를 입은 직원을 마주치면 스스로 이동 속도를 줄이거나 작업을 지연할 수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25개 이상 물류 창고에 시범 적용했는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기존에는 직원들이 작업 구역 내에서 로봇의 경로를 일일이 표시하면서 그들이 없는 자리를 골라 일해야 했지만, 이제는 로봇이 직원의 움직임을 탐지해 스스로 동선을 수정할 수 있어 효율성이 더 좋아졌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미국 각지에 있는 창고에 10만여대 로봇을 배치해 물류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창고용 로봇을 생산하는 키바시스템즈를 7억7500만달러에 인수하며 '아마존 로보틱스'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만든 뒤, 운반, 포장 등 각종 물류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들을 센터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로봇 도입 이후 창고 운영 비용이 8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류 로봇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다수 회사 직원이 다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달 12일 미국 뉴저지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는 로봇이 실수로 곰 퇴치용 스프레이 깡통을 찢어 여는 바람에 직원 24명이 집단 중독돼 입원하고, 30여명이 현장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당시 아마존 관계자는 “직원 안전은 회사의 가장 우선 순위이며, 전사 차원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와 외신은 이번 안티 로봇 조끼 보급이 이 사건에 대한 사측의 후속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