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수준(AA)으로 유지했다.
무디스·S&P(AA)와 같은 수준으로 상향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남북관계 개선이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만큼 획기적이진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피치는 우리나라 수출과 관련해선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2.5%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AA,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S&P(AA)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피치는 2012년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A로 인상한 후 수년 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남북관계 등 지정학적 요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부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피치도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높일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피치는 등급을 올릴 만큼 남북관계가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지금까지의 비핵화 진전은 UN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에는 불충분하고, 외교적 진행 과정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며 “내달 개최가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과정에 진전이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간 내 통일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우리나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2.5%로 전망하면서 민간투자·수출 둔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피치는 “향후 글로벌 무역갈등 등에 따른 하방위험이 상당하다”며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세계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간접 영향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4분기 둔화됐고, 최근 수개월간 반도체 수출 감소를 감안할 때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또 최저임금 2회 인상으로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고, 저숙련 일자리 창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활동인구 감소, 조선업 등 구조조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 부채(GDP 대비 38.6%)는 AA 등급에 부합(중간값 39.4%)하지만 재정 확대로 2022년까지 GDP 대비 43.7%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 등을 감안한 재정소요에 대비해 지출 여력확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피치는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요인으로는 △지정학적 위험의 구조적 완화 △정·경 분리 등 거버넌스 개선 등을 제시했다. 하향요인은 △한반도 긴장의 상당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등으로 밝혔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국제신평사에게 최신 대북 진전사항, 한국 경제 동향을 적시 제공하는 등 적극 소통해 대외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