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혁신 성장,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901/1151863_20190125143949_085_0001.jpg)
올해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힘겨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민간 모두 2%대 중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가 이미 이번 정부 출범 이전부터 새 정부는 특히 경제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여건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그동안 산업화 시대에서 불가피한 압축 성장의 폐해와 축적된 구조 문제로 말미암아 우리가 피해 갈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고를 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진단된다.
혁신벤처 산업 분야에서도 주요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에도 밀리고 있는 최근 상황이어서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 정보업체 CB인사이츠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 6개사의 기업 가치는 238억달러로 한국 유니콘 기업 6개사의 기업 가치 235억달러를 넘어섰다.
아세안 지역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유니콘 기업이 전무했고, 우리 경쟁 상대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승차 및 숙박 공유, 핀테크, 원격의료,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산업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사회 합의 지체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급속히 우리를 따라잡고 있다.
동남아 유니콘 기업이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과 유례없는 비즈니스 모델 보유로 급속한 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다. 동남아 전역으로 급속히 확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업체 그랩과 고젝은 미국 우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철저히 현지화한 사례다.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래블로카는 미국 익스피디아 예약 사이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들은 정보통신 인프라가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세안 국가 간 낮은 무역 투자 장벽의 이점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연한 규제 환경이다. 이들 유니콘 기업 모두 사업 시작과 확장에서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은 것이다. 그랩이 베트남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해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에 진출하며 성장을 이어 가는 동안 그 어디에서도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불허하거나 기존 산업과의 문제로 금지한 곳은 없었다.
이는 최근 각종 신산업 등장으로 극심한 사회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와 혁신 성장을 기조로 규제 개혁과 신산업 발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혁신 성장 주역인 현장 벤처인에게는 이러한 정책 목표에 대한 체감이 와 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혁신 성장이라는 정책 방향을 통해 현 정부 임기 말까지 사회·경제 인프라가 어떻게 혁신되는지(목표 설정), 이를 위해 시기별로 무엇을 할 것인지(로드맵), 정책 실현 수단은 어떤 것이 있는지(실행 계획) 등에 대한 빅피처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장 벤처인이 고대하는 것은 '특정 정책 발표'가 아니라 그 정책으로 '실제로 무엇이 바뀌고 있고, 기업 혁신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다. 신산업 분야 각종 악성 규제는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충돌 지점에서 중재자이자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 입장은 매우 모호했다.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 과정에서 정부의 일관되고 단호한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신임 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의 활발한 활동과 규제 개혁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서 희망을 읽는다. 문 대통령도 연초부터 이어지는 지역 경제 투어에서 기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간섭하지 않고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혁신 성장이라는 올바른 방향이 서 있는 만큼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속도감 있고 완성도 높은 혁신벤처 생태계를 조성했으면 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charles@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