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드론 부품 사업에 진출한다. 중국산이 사실상 석권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화, 두산 등에 이어 LG전자까지 기술력과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드론 시장을 향해 포문을 열면서 한국 드론 산업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드론용 모터 3종(250W, 500W, 1500W), 변속기(ESC)·통신 모듈, 미션 플래너, 컨트롤러 등 드론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개발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자체 개발한 모터를 최근 두시텍, 무지개연구소 등 국내 업체에 공급했다.
모터는 드론 이륙을 위한 동력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무지개연구소 관계자는 “LG전자 모터를 적용, 시험을 거친 뒤 연내 부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드론 기업 관계자는 “LG전자가 먼저 찾아와서 모터 제품 사용을 제안할 정도로 상당히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드론 움직임을 제어하는 컨트롤러, 드론 이동 궤적을 결정하는 미션 플래너를 결합한 제품도 개발했다. 롱텀에벌루션(LTE)용 통신 모듈은 최근 LG유플러스가 시연한 스마트드론에 적용됐다. 5세대 이동통신(5G)용 모듈 제품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드론용 배터리 개발 역시 고려하고 있다. 현재 LG화학과 협력,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는 자사 드론 부품이 드론 완성품과의 호환이 수월하게 되도록 부품 표준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표준화는 LG전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참여한 '한국무인이동체연구조합'이 담당한다. 조합에서 모은 의견을 바탕으로 단체 표준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쇼 코리아 2019'에서 LG전자 주도로 연구조합 창립총회가 열렸다. 현재 국내 기업 위주로 회원사를 모으고 있지만 앞으로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 참여도 추진한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모터에 강점이 있어서 다른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고 있으며, 드론은 그 가운데 한 분야”라면서 “시제품 제작과 선행 개발은 맞지만 상용화는 두고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드론업계는 대기업인 LG전자가 부품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내 드론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드론 제조업계는 주로 중국산 부품을 썼다. 국내에서 제조한 드론이라 해도 부품은 80~90%가 중국산이다.
LG전자가 뛰어들면 중국산 일색인 드론 부품 시장에서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 국내 중소 드론 기업들이 맞춤형 부품을 활용해 차별화된 드론을 개발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LG전자 이외에도 두산 자회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2시간 비행을 지원하는 수소연료전지팩을 개발했다. 한화시스템도 드론 무선충전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등 대기업 진출이 이어지며 국내 드론 생태계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컨트롤러, 미션 플래너 등 드론 핵심 제품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연구비용과 시간까지 많이 들어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을 구현하기 어렵다”면서 “대기업이 기술과 마케팅 경로를 활용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드론업계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왕구 항우연 무인이동체사업단장은 “LG전자가 가전제품에서 확보한 기술을 드론 시장에서도 구현한다면 중국 제품보다 가격은 조금 높더라도 성능이 개선된 우수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