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험시장 경쟁을 촉진할 목적으로 마련한 특화보험사 제도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된 보험사가 단 한 곳도 없었고, 인가 절차를 진행하는 곳도 한화손해보험이 유일하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장성이 크지 않아 새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특화보험사 제도 인허가를 시작한 10월 이후 통과한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곳도 한화손보가 유일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펫보험이나 여행자보험과 같이 소액·단기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특수 분야 전문가가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자본금 규제 등을 완화했다.
소수 대형 보험사가 지배하는 보험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도록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특화보험사를 하겠다고 신청한 곳은 한화손보가 유일하다. 이 역시 인허가는 지지부진하다. 금융당국을 거쳐야 하는 인허가 과정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통상 인허가 신청은 관련 자료를 갖춰서 제출한 뒤 금감원 심사를 거쳐 금융위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심사 기한은 통상 두 달이다. 다만 자료 보완이 필요하면 그 시간만큼 시한이 연장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형태 인허가는 통상 기일을 꽉 채우는 것이 관행”이라며 “따라서 오래 걸린다는 의견은 맞지 않고, 한화손보의 경우 중간에 자료 보완 절차도 발생해 두 달이란 시간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성에 대한 업계 시각도 회의적이다. 특화보험사로 할 수 있는 영역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가 대형 보험사와의 영업채널과 영업력, 규모 경제 등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특화보험사가 취급하는 상품의 구성상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는 우려다.
실제 특화보험사와 유사한 형태인 인터넷보험사 경우도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인터넷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5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4년 -167억원 △2015년 -212억원 △2016년 -175억원 △2017년 -18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128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화보험사 제도가 새로운 경쟁자를 시장에 진입하도록 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의도에선 좋은 정책”이라면서 “하지만 인터넷보험사 전례를 볼 때 당장 수익을 내는데 무리가 있고, 새로운 경쟁자라기 보단 이번 한화손보 사례처럼 보험사가 자회사 형태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어 의도에 부합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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