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인력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정부, 연구계의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여준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은 “이공계 진학 인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학령 인구까지 급감하면서 연구자 절대 인력이 줄고 있다”면서 “과학기술계 연구 인력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 소장은 앞서 한국항공대 총장 재임 시절, 학령 인구 감소를 실감했다. 상황이 계속되면 대학은 물론이고 연구 현장 또한 인구 감소에 따른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구 현장에 돌아오니 인력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연구자 감소 문제 해결 없이 과학기술계 미래를 얘기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느꼈다.
여 소장은 “우리나라 연간 R&D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서고 세계 수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반해 연구 인력 감소 관련 대응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현 상황이 계속되면 연구경쟁력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 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인력 활용과 이를 위한 채용 시스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국내에서 재원을 찾는데 한계가 따른다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은 동포 연구자를 본토로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지원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해외 동포 규모가 세계 4, 5위권으로 우수 인재가 널리 포진해 있다”면서 “우리도 해외 동포 연구자 채용 폭을 넓히고 이를 위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연구자의 국내 이주가 힘들다면 현지에서 연구하게 하거나 해외에 랩(연구실)을 두고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 소장은 “해외는 지금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학도 과감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다양한 인재 유치 방안과 재원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연구 토양이 우리보다 좋은 해외에 우수 인력을 뺏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국가 간 연구 협력의 폭을 넓히는 방안도 제안했다.
여 소장은 “국가 간 협력이 허용되는 연구 분야에서 파트너 국가를 찾고 협력 사업을 발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면서 “문화적 토양이 유사하고 발전 속도가 빠른 베트남 등 일부 국가와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