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직접 제로페이와 비슷한 간편 결제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행 산하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QR코드 기반 간편 결제서비스를 상반기 내에 시작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이 공동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은행 예금계좌 기반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QR과 바코드 기반 간편 결제 앱 형태로 선보이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은행 측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산업은행 등 16개 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 대상으로 서면 의견을 구했으며 만장일치로 찬성이 나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 설명했다.
한은이 준비 중인 간편 결제서비스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다른 부처에서 이미 시행 중인 서비스와 판박이라는 점이다. 한은 간편 결제서비스는 중소기업벤처부와 서울시가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와 거의 유사하다. 모바일 기반 직불 집적회로 결제 방식으로 QR코드 등을 지원하고 은행계좌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사업주체만 다르지 중복 투자인 셈이다. 가맹점과 소비자는 같은데 서비스 사업자만 다른 상황이다. 시장보다는 정부 편의에 맞춘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다.
금융권 이중 투자에 따른 재원 낭비는 물론 소비자 혼란도 불가피하다. 서울시와 중기부 주도로 가맹점 모집에 나선 제로페이도 정작 소비자가 외면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을지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다. 여기에 유사한 간편 결제서비스가 다시 정부 주도로 시작한다면 제로페이 조차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은행권은 제로페이 관리유지 비용 때문에 힘들어 하는 상황이다. 유사한 한은 사업까지 재원을 출원한다면 이중 부담이 불가피하다. 제로페이도 실효성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부조차 의견을 취합하지 못하면 서비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당분간은 제로페이 연착륙에 정책 역량을 모으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