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본격화된 공유주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주도권을 쥘 선두업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공유주방은 대형 배달 전문 음식점과 비슷하다. 업체는 규모 경제를 앞세워 음식 맛과 질,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배달 음식 시장이 덩달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가 성장 원년…사업 방식 제각각
공유주방 업체별 사업 방식과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먼슬리키친은 구독형 공유주방이라는 새 모델을 선보였다. 검증된 마케터, 디자이너, 영업 인력을 입주 매장에 연결해준다. 매장은 원하는 서비스만 골라 쓸 수 있다. 먼슬리키친은 지난해 몸을 풀었다. 스테이크와 분식, 삼겹살 브랜드를 개발, 직접 서비스했다. 이렇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호점부터는 일반 소상공인을 유치, 공유주방 사업에 본격 나선다.
키친서울도 지금은 먼슬리키친처럼 공유주방보다는 가상주방(고스트 키친)에 가깝다. 하나의 주방에서 자체 브랜드 7개를 운영한다. 일부 브랜드는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 내 상위 1% 우수 업소에 선정됐다. 공유주방으로 전환 시, 경쟁력이 가장 앞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체 개발 메뉴만 1000개가 넘는다. 가게 운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도 확보했다.
공유주방에 식사 공간을 둔 곳도 있다. 키친유니온은 배달과 현장 식사가 가능한 공유주방을 출시한다. 월향은 푸드코트에 공유주방 개념을 접목했다. 푸드코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위쿡은 음식 개발 연구소 기능을 갖췄다. 창업자, 셰프가 위쿡 공간과 장비를 활용, 새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
심플키친은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입주사로 모은다. 공간을 빌려주고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선 다른 공유주방과 비슷하다. 배달과 같은 부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셰플리는 가상매장과 유사하다. 셰프들이 협업해 일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다. 메뉴에 셰프 이름을 붙여준다.
◇우버 창업자 캘러닉, 최강자 등극할 듯
공유주방 붐이 일어난 데는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역할이 컸다. 국내 공유주방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관심이 급격히 올라갔다. 클라우드 키친이라는 공유주방 브랜드를 내놓았다. 소문난 맛집 10여곳 정도가 입점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쏠림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캘러닉을 흥행수표로 여긴 맛집들 사이 입점 문의가 줄을 잇는다. 국내 업체도 최대 경쟁자로 칼라닉을 지목한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국내 업체 경쟁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먼슬리키친, 심플키친, 위쿡이 배수진을 쳤다. 세 회사 모두 최근 투자를 유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도 가세했다. 당장은 공유주방 사업에 힘을 줄 의사가 없다. 하지만 시장이 가파르게 커질 경우 언제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셰플리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배달 대행업체 푸드플라이가 운영한다.
◇공유주방 열풍 계속될까?
공유주방 최대 장점은 투자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월세를 받는다. 강남 요지여도 월 150만원 수준이면 가게 사장이 될 수 있다. 조리 시설도 갖춰져 있다. 위생, 가게 운영 전반을 전문가가 챙겨준다. 비슷한 규모 매장 임차료는 평균 200만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 시내 음식점 평균 창업비용은 9200만원이다.
규모 경제 효과도 강점이다. 음식 재료비를 아낄 수 있다. 삼성 웰스토리와 같은 대형 업체로부터 대량으로 원자재를 구매하기 때문에 단가 경쟁력이 높다.
음식 맛과 질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키친서울 돼지런, 먼슬리키친의 오스테끼는 국내 주요 배달 앱 최상위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일부 공유주방은 배달 음식 개발 연구소를 꾸렸다. 배달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음식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먼슬리키친은 라면도 배달 가능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배달 음식이 더 맛있다는 인식을 확산할 목표다. 이재석 본부장은 “공유주방 대부분에는 인큐베이터 기능이 갖춰져 있어 소상공인 실패 확률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퀄리티 높은 배달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공유주방 업체 현황
(자료=업계 취합)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