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 24조1000억원 규모 지역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한다.
광주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등 지역 전략 산업 육성에 총 3조6000억원이 투자된다. 나머지 20조5000억원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된다. 수도권과 영남 내륙을 잇는 철도, 대구산업선 철도, 대전 트램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등 수도권 사업은 예타 면제에서 제외했다.
예타 면제로 지역 경제 활력 제고, 국가 균형 발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예산 낭비를 막는 예타를 대거 면제, 부실 사업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OC에 비판적이던 기존 정책 방향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정부는 지역 경제 활력 저하, 수도권과의 격차 심화, 지역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애로를 고려해 대규모 예타 면제를 추진했다.
17개 시·도는 총 32개 사업, 68조7000억원 규모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 취지를 고려해 수도권 사업은 원칙에서 제외시키고, 시너지 등을 고려해 총 23개 사업 24조1000억원 규모 예타 면제를 결정했다. 24조1000억원 가운데 18조5000억원은 국비로 충당한다.
연구개발(R&D) 투자 등 지역 전략 산업 육성에 총 3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시·도별 48개 '지역희망 주력산업'을 지정해 지원하는 지역특화산업육성(1조9000억원), 시·도별 55개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는 스마트특성화기반구축(1조원) 사업이 각각 추진된다. 전북 상용차 혁신 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2000억원), 광주 AI 중심 산업 융합 집적단지 조성(4000억원) 등도 예타를 면제한다.
예타를 면제하는 나머지 사업(20조5000억원)은 SOC 분야다.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부문에 총 10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 수도권과 거제를 2시간대로 연결하는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 김천~거제), 세종~청주 고속도로(8000억원), 병목현상 해소를 위한 평택~오송 구간 고속철도 복선 추가 건설(3조1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도로·철도 인프라 확충에는 총 5조7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진다. 서대구역과 대구산업단지를 잇는 대구산업선 철도(1조1000억원), 부산신항과 주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8000억원),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8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지역 주민 삶의 질 제고에는 총 4조원이 투자된다. 7000억원 규모 대전도시철도 2호선(트램) 건설, 2000억원 규모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설립, 4000억원 규모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가 대표적이다.
이번 예타 면제로 그동안 중단·지연된 사업에 투자가 본격화돼 지역 경제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날 예타를 면제했다가 실패한 '4대강 사업'처럼 사업 부실화,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 SOC에 부정적이던 정부가 경기 둔화를 고려해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SOC 외에도 R&D 투자 등 지역 전략 산업 육성을 포함시켰고, 지역이 제안한 사업을 지원하는 보텀업 방식을 최대한 적용하는 등 4대강과 같은 과거 예타 면제 사업과는 다르다”면서 “이어 진행될 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를 촘촘하게 수행하고, 사업 추진 과정상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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