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현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 위원장 "구조조정, 명백한 불법 행위"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 2년 간 집요하게 시도해왔던 노동조합 와해 시도에서 비롯된 보복 인사가 분명합니다. 117명이 길거리에 나 앉게 생긴 상황이지만 회사 측은 한국시장 철수를 운운하며 직원들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김귀현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 위원장은 29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이번 구조조정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이같이 밝혔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2일 임페리얼 판권 매각과 270여명의 직원을 94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 안을 발표했다. 경영 악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노조와 합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통보였다.

김 위원장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것은 희망퇴직이 아닌 일방적 해고”라며 “이 같은 부당한 구조조정은 절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의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 언급에 대해서도 “위스키 시장이 힘든 상황이지만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약 1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고 구조조정 이후 관련 비용을 줄인다면 더 큰 이익이 예상된다”며 “해고를 위해 외국계 회사가 흔히 내놓는 엄포일 뿐”이라고 절하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장 투불 대표 명의의 메일에 자발적으로 퇴직을 결정한 직원에게는 월평균 급여 최대 69개월치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투불 대표는 “회사의 재정 여력을 고려했을 때 마지막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러한 퇴직프로그램은 단 한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명예퇴직금 부분에 대해서도 “69개월치를 받을 수 있는 분은 30여년간 근속하신 공장 직원 1~2명에 국한될 뿐이고 이마저도 법정퇴직금이 포함된 금액”이라며 “1~3년 차 직원들은 8~10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기준과 명분에 대해 회사측은 아무런 설명과 대화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지만 남는자와 떠나는자의 구분 기준과 향후 조직 구성인 94명이 어떠한 근거로 책정됐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22일부터 2월1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집행부 및 대의원 전원이 명예퇴직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으며 164명의 노조원 중 54명을 제외한 110명이 포함됐다. 110명의 노조원들은 희망퇴직 찬반 유무를 노조에 전적으로 일임한 상황으로 현재 전원이 신청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팀장급과 임원들은 아직 면담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40여명을 간부들로 채울 계획으로 보여진다”며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전략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 발표 이후 직원 간의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며 “새로운 조직에는 당신의 자리가 없습니다” 또는 “회사는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라며 사실상 해고 통보와 잔류 통보를 약 5~10분 만에 통보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투불 대표를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노조를 지배·개입하고, 와해시키려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다.

노조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의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송치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지난 25일 전국조합원 비상총회를 개최해 이번 구조조정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규탄함과 동시에 모든 임직원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전면적인 투쟁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