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의 눈이 한국의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집중"

[기고]"세계의 눈이 한국의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집중"

언젠가부터 4차 산업은 일상의 용어가 되었지만, 그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때 휴대폰으로 유명했고, 이제는 통신 장비 회사가 된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4차 산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보면, 4차 산업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4차 산업이란 우리 주변의 세상을 원격에서 제어하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로 사물의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시키고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가상의 디지털 세계를 만든다. 그다음 클라우드에 있는 가상의 세계를 컴퓨터로 원격 제어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실물 세상을 제어하는 것이다.” 노키아의 이런 비전은 지난주에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얘기됐다.
 
북유럽 국가 핀란드에서도 북쪽에 있는 혁신도시 오울루는 대학과 산업체의 협업을 통해 활발하게 새로운 실험을 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에 있는 노키아의 스마트 공장에 가보면, 10여 명의 사람들이 전체 생산라인을 주도하면서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산라인의 기계와 로봇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디지털화한 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격으로 생산라인을 제어하고 있다. 비행기 조정석에 앉아있는 듯한 공장 작업자의 표정과 가상현실(VR) 등 개인 장비는 SF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게도 만든다. 공장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원격 제어는 유무선 통신이 담당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무선통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작년 10월에 5G 주파수 경매를 마친 핀란드에서는 아직 5G 상용 전파가 사용되지 않는 관계로, 이 공장에는 “5G Ready”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5G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무선통신을 5G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미 5G 전파가 공식적으로 송신되는 우리나라조차 아직 많은 사람들이 5G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궁금해한다. 현재의 LTE도 빠른데, 더 빠른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나 5G는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만 설계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넘어 세상의 수많은 사물들이 디지털 세계로 연결되는 데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5G를 향한 진화 방향의 핵심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5G의 실체를 보기 어렵고, 더불어서 4차 산업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 있게 본다면 산업계에서는 이미 노키아 공장과 같이 5G Ready의 상태에서 5G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무선통신은 우리에게 이동 중에도 원격에서 통신할 수 있는 혜택을 주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이동성이라는 인간의 속성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앞으로 열릴 4차 산업 시대에서 무선통신은 오히려 이동성의 축소를 가져올 것이 예상된다. 의외이겠지만 5G의 확산은 휴식을 위해서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이 정말 필요한 이동성만을 남기고,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과 같은 부차적인 이동성은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세계의 눈이 한국의 5G 통신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어떤 서비스가 5G를 대표할 것인지 궁금해한다. 5G 서비스를 주로 담당하게 될 이동통신사의 역할이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동통신사는 제어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효율적인 5G 망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5G가 사용될 공장, 자동차 등에 대한 깊은 지식과 비즈니스 모델도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5G와 기존 산업 분야가 서로 만나서,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적인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도 이제 장기적인 안목으로 무선 주파수의 부족 문제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현재 초저지연 서비스를 여러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결하고는 있지만, 결국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넓은 대역폭의 좋은 주파수를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현재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파수 공유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도 지체 없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김성륜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