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미한 학교폭력 사항은 가해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유보한다. 중대한 사항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전문가가 참여해 논의하게 한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현행 제도는 학교 폭력 신고가 들어오거나 피해자가 원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를 반드시 열도록 한다. 서면 사과로 종결할 정도로 경미한 폭력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하다보니 가·피해자간 소송이나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재심 건수는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약 245% 늘었다. 행정심판 건수는 2013년 247건에서 2017년 643건으로 약 260% 증가했다. 자치위가 열리는 건은 1년에 3만건 가량된다.
교육부는 이르면 1학기부터 학생부 기재를 유보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가해학생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학생부 기재 유보는 1호(서면사과), 2호(접촉·협박·보복금지), 3호(교내봉사)에 해당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가해자가 조치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에 한한다. 4호(사회봉사) 이상 조치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처럼 학생부에 기재해야 한다.
경미해도 반복적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한다. 2회 이상 1~3호 조치를 받으면 조치 이행여부와 관계없이 이전 조치까지 포함해 학생부에 기재한다. 학교폭력 재발시 가해학생에게 가중 조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학생 75.4%가 학생부 기재 유보를 반대했다. 학생은 가해학생 반성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학폭이 재발할 경우 이전조치까지 기재하고 가해자 가중조치를 취하기로 한 이유다.
학교에 부담이 됐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경미한 사건의 경우 학교가 자체 종결하도록 한다. 학교가 교육적 관여를 통해 학생 간 바람직한 관계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은폐·축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자치위를 개최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는 등 5가지 단계를 반드시 충족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5가지 단계는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동의하고 이를 문서로 확인할 것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시, 재산상의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경우, 보복행위가 아닐 것 △학교장의 단독 판단이 아닌 학칙으로 정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 △교육적 해결 후 피해사실이 드러나면 피해자 요청시 자치위 개최 △자체해결사안은 자치위와 교육청에 보고 등이다.
조건을 총족하지 못해 자치위가 열릴 경우 소관은 학교가 아니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간다. 이르면 2020년 1학기부터 학교에서 지원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목표다. 국회에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협력해 지원청에 학교폭력 담당 변호사 등 전문 인력과 전담조직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행 자치위에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가 위원으로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학부모위원 비중을 현행 과반수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은폐·축소 시도가 확인된 경우 해당 교직원 징계를 가중하고, 학교폭력 재발 가해학생에 대한 가중 조치 근거도 마련한다.
제도 개선은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이 마련된 후 처음이다. 교육부는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 정책숙려제도 진행했다. 정책숙려제 결과, 숙려 대상인 학교자체 해결제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완화에 대해 참여단 중 약 60%가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교폭력에 엄정 대처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개선안이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책숙려제 사안 관련 설문조사> 대상 : 2200명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