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혁신성장 좌담회] <4>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은 주력산업 성장 정체와 낮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으로 인해 2012년부터 성장이 정체 중이다. 이 기간 1차 에너지 증가율은 많아야 2.5%, 적으면 0.6%에 그쳤다. 이는 반도체·석유화학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부문이 정체했기 때문이다. 여름철 냉방 피크를 제외하면 발전량도 남아돈다. 지역민 반발로 발전소를 추가로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파리협정 이후 이산화탄소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됐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에너지 산업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우리가 필수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육성 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향후 정부지원 방향과 미래상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동섭 신성E&G 부사장

김용진 서강대 교수

오교선 LS산전 이사

윤재호 에너지술연구원 소장

이동영 REDi 대표

사회 박진호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 MD

◇박진호(R&D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세계적으로 산업화와 도시화 가속, 초연결사회 도래,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급속한 신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디지털혁명 등이 에너지 산업과 비즈니스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래 에너지 산업 경제 전망은 어떤가.

◇윤재호(에너지기술연구원 소장)=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둘러싸고 안보, 형평성, 지속가능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존자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 해결책은 기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를 값싸고 보편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또 재생 에너지 기술 발전과 디지털 기술 진보는 자동차 등 모빌리티 전기화 추세와 맞물리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에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전력 부분 증가로 인해 전력시스템에 안정성을 높이는 유연한 전력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에서 제시한 '신 에너지 전망 2018'은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보고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시장이 정책 보조금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소비자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자생적인 시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진호=성공적 에너지 전환을 위해 무엇이 우선 필요한가.

◇이동영(REDi 대표)=지금까지 시장을 리드했던 에너지 산업 영역은 제조, 금융, 시공 등 기초 산업에 집중돼 왔다. 지금은 에너지 4.0 시대다. 데이터 기반 사업 성장이 사실상 불가피하다.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기록을 해야 하고 저장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중요한 에너지 데이터가 잘 사용되고 있지 않고 버려진다. 에너지 시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이 미래 에너지 사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과 가치다.

◇박진호=에너지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활용이 가능한가

◇이동영=가정에서는 전기요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모른다. 검침원이 수시로 체크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소비자는 어디에 얼마가 쓰였는지 모른다. 지능형 검침기(AMI) 보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AMI를 활용하면 전력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기록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저렴한 시간대에 거래할 수 있다. 수요 예측도 가능하다. 스마트 그리드 활성화와 함께 실제 에너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부터 공급, 소비까지 추적 가능하며, 여기에 에너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더한다면 비용 감소, 안정적이고 최적화된 에너지 공급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박진호=디지털 전환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사회를 바꾸고 산업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와는 어떤 관계인가.

◇김용진(서강대 교수)=디지털 전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고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을 컨트롤 해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는 시스템 전환이다. 또 온디맨드 서비스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디지털화, 분산화, 분권화를 촉진한다.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체계에 사용자들이 순응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에너지 온디맨드라는 개념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에너지 생산, 저장, 처리, 유통, 사용 등 모든 에너지 관련 생태계가 온디맨드 서비스를 위한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수소에너지는 분산화, 분권화를 기반으로 이뤄져 에너지 온디맨드라는 개념에 적합하다.

◇박진호=에너지 온디맨드 서비스가 어떻게 디지털 전환과 관련이 있고 수소경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

◇김용진=온디맨드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례로 캠핑카를 끌고 가서 캠핑을 하려면 전선으로 연결된 전원을 찾아 꽂아야 한다. 만약 수소차를 탄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수소를 액체나 기체, 고체로 패키징하면 언제 어디서나 전력이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만약 수소가 떨어졌을 경우다. 드론을 통해 배송한다든지, 아니면 로봇을 통해 배송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다. 생산, 압축, 저장, 유통, 사용 프로세스를 온라인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통제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각 프로세스를 모듈화하고 표준화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박진호=에너지 분야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려면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김동섭(신성E&G 부사장)=신성은 태양광셀 제조에서 시작해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사업까지 진출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을 일컫는 AICBM 기술을 에너지 산업에 적용하면 계통을 스마트하게 운영하고 분산형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수용 용량도 증가시킨다. 신성E&G는 용인사업장에 ESS와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전기를 태양광발전으로 공급하는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해 운영한다. 전력을 한전계통에서도 받지만 태양광으로 50%가량 충당한다. ESS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저감에 활용한다. 자동으로 제품 생산계획과 연동해서 전기 공급계획을 수립하는 시스템을 활용해 태양광에서 발전한 전기에너지 공급효율을 높이고 있다. 향후에는 태양광발전 용량을 늘리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에너지 생산부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화한 후 인공지능과 ICT 기술을 이용해 지능화하려 한다.

◇박진호=우리나라의 디지털 기반 에너지 전환의 상황은 어떻고 해외에는 성공 사례가 있나.

◇이동영=미국 LO3는 브루클린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기업이 50가구를 대상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실시간 전력, 생산, 거래 데이터를 저장해 자동으로 이웃 간 전력거래를 한다. LO3는 에너지 거래 수수료와 스마트 미터기 판매 수익을 낸다. 전력회사는 지역 에너지 운영 수익과 마이크로 그리드 설계, 구매, 시공, 운영 수익을 얻는다. 오스트리아 그리드 싱글래리티는 개인 가정과 기업 에너지 데이터를 분산원장에 기록해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수요를 예측해 스마트 그리드 경영과 에너지 관련 투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대비 한국 에너지 시장은 아직 작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확실한 성장세다. 데이터 기반 에너지 산업도 새로이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기술적으로는 그 수준이 미약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데이터 수집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수집만 된다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로 충분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

◇박진호=정부가 여러 차례 에너지 신산업 육성책을 내놨다. 아쉬운 부분과 개선점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오교선(LS산전 이사)=분산전원 확대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시작한 지 9년이 됐지만 성과가 미약하다. 그 이유는 에너지 전환의 궁극적 지향점인 자체 생산-자체 소비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력망 수용 용량 부족과 주민수용성 문제도 큰 산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CT를 적용하기 쉬운 분야다. 신재생에너지에 전력거래, AMI, EMS 등을 적용하면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구역 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자체 소비하는 데에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한다면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는 물론 지열, 에너지 발굴 등 각종 에너지 재생산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진다. 주민 수용성도 개선되고 해외 진출도 기대된다.

◇박진호= 미래 에너지 신산업 육성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윤재호=세계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태양광, 풍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연구개발(R&D)도 중요하다. 하지만 개발 초창기와는 달리 이미 중국은 태양광, 덴마크는 풍력 등 선진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 집중적인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 초고효율 태양광 모듈, 부유식 해상풍력 등 시장 선도 기술에 대해서는 산학연이 역량을 모은 선단형 기술 개발 프로그램 신설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소재·부품·공정·시스템에 대한 핵심 기술이 종합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다양한 실증 연구로 국내 보급 모델을 발굴함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경쟁력 또한 확보해야 한다. 수상·해상 태양광, 부유식 해상풍력 등이 대표적 예다. 또 신제조업 육성에도 디지털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박진호=디지털 전환 관점에서 수소에너지 분야에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 할 추진방향은 어떤 것이 있나.

◇김용진=수소에너지 기술 관련 디지털 전환은 시작단계다. 먼저 데이터에 기반해 과연 어떤 R&D 투자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전략을 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박진호=정부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이동영=산업부에서 준비하는 에너지 데이터 플랫폼으로 다양한 사업을 분석하는 시장이 형성되었으면 한다. 현재는 사실상 버려지는 데이터 자원을 최대한 빠르게 활용할 방법을 찾게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는 에너지 데이터 구하기가 국내에서는 매우 어렵다.

◇박진호=우리 기술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바람직한 지원방안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오교선=신기술 R&D와 실증설비 구축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엔지니어링 방식의 접근도 에너지 신산업 확산과 육성에 필요하다. 대부분 에너지설비는 발생, 수송, 저장, 소비 측면에서 여러 제품을 결합한 시스템 설비로 이뤄진다. 마이크로그리드, ESS, 수상태양광, 직류배전망 등 설비가 R&D 과정에서 구축된다. 하지만 환경영향과 안전성, 신뢰성 등에 대한 논란에는 답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데이터를 기준으로 시험·인증기준을 제시하는 연구가 되도록 해 R&D 권위를 높이고 기술이 쉽게 유출되지 않으면서도 기업이 실적 확보로 해외진출에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윤재호=재생에너지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지역별 에너지 생산 불균형이 있다. 지역별 불균형은 기존 전력망이 가지고 있던 송배전 손실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송배전 비용을 증가시킨다.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대규모 발전 중심이고 스마트 에너지는 에너지 효율 향상에만 머물러 있다. 지능형 전력망은 기존 전력망 보완에 그친다. ICT를 연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기반 에너지 신제조업 육성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부처간 협업으로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정리=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

, 사진=박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