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분의 1m 단위 소재를 다루는 나노 산업에서 분산 기술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나노기술 전시회 '나노테크(nano tech) 2019'이 30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에는 21개 국가에서 500개 부스가 마련돼 최신 나노기술 개발 성과와 상용화 제품을 선보인다. 전시회 기간 중 5만명가량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시회 주제는 '소사이어티5.0을 실현하는 나노 기술'이다. 인더스트리4.0이 생산 현장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소사이어티5.0'은 일상생활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고령화 사회 대응, 이산화탄소 감축 등이 주된 관심사다.
이를 위해 나노재료 제조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분산기술'이 화두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입자는 작을수록 표면적이 커져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서로 뭉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나노입자 합성과 표면개질을 거쳐 대량 양산단계로 넘어가려면 분산 제어 기술로 안정성을 높이는 제조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방법이 시도된다.
초소형화, 고강도화, 고효율화를 가능하게 하는 나노 기술이 소재, IT·전자, 바이오, 자동차, 에너지, 로보틱스, 웨어러블, 항공우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신산업 분야에 성공적으로 접목되면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나노기술 상용화가 가장 활발한 국가다. 이번 전시회에는 신에너지개발기구(NEDO) 등 일본 내 주요 연구기관을 비롯해 도레이, NEC, 리코 등 기업이 최신 나노기술과 이를 적용한 응용제품을 전시했다. 분산 기술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아사히카세이는 탄소나노튜브(CNT)에 여러 첨가물을 조합해 균일하게 분산하는 기술에 특화됐다. 스미토모메탈마이닝은 텅스텐 미립자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기술을 활용해 주택이나 자동차 유리 부착하면 채광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필름을 선보였다. 미쓰비시펜슬은 연필을 만들 때 쓰는 카본 소재에 나노 기술을 접목시켜 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분야로 진출했다.
나노 기술 활용 분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특히 주목받았다. 리코가 세계 최초 잉크젯 방식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기술을 선보였고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리튬이온 배터리용 고용량 리튬티탄산화물(LTO) 음극재를 출품했다. 31일 '소사이어티5.0을 위한 전고체전지'를 주제로 열리는 특별심포지엄에는 히데키 이바 토요타자동차 박사가 연사로 나서 '전고체 전지에 적용된 나노 기술'을 주제로 강연한다.
마쓰이 다카히로 나노테크 조직위 사무국장은 “소사이어티5.0을 위해 디지털화를 통한 해결 방법이 주목받고 있지만 나노 기술 분야에서는 '재료'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서 “그동안 나노 소재를 얼마나 싸게 생산할 것인지에 모든 기업이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나노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지면서 분산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 나노산업 규모는 세계 5위권이다. 국내에서는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중심으로 한국관을 꾸렸다. 아모그린텍, 제이오, 석경에이티 등 기업과 나노종합기술원, 전남테크노파크 등 기관이 카본나노튜브(CNT) 소재, 나노분산장비, 무기나노소재 등 기술을 전시했다.
도쿄(일본)=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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