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개발 기술을 사업화하는 일은 국민 혈세가 들어간 만큼 더욱 세심하게 다뤄야 합니다. 단순히 돈만 대는 것이 아니라 기술 사업화 기업이 바로설 수 있도록 하는 전 주기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훈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는 자신이 속한 KST의 임무가 막중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KST는 지난 2013년 17개 출연연이 출자해 설립한 투자 회사다. 출연연의 연구 성과물을 사업화해 연구 생산성 제고, 과학기술 기반의 고부가 가치 일자리 창출, 궁극으로는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설립 때부터 부여받는 과제다.
'전천후 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강 대표는 이를 '포털 콤플렉스'라고 표현했다. 기술 사업화 아이템 발굴부터 기획, 투자, 성장 지원과 사후관리,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미래를 대비한 자금펀드 운용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획 분야에 역점을 둔다. 출연연이 논문이나 특허 형태로 보유한 신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 구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별도의 창업 팀을 구성해 비즈니스 모델 검증, 소요 자금 파악 및 조달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른 투자사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을 노리는 연구자의 경우 기술 우수성만 따질 때가 많지만 학문 성취가 뛰어난 기술이라 해서 사업화 성과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면서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시장 수요는 있는지 등 사업화에 꼭 필요한 물음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KST가 관심을 두는 기술도 '세계 최고'가 아니다. 기술 자체의 우수성보다는 앞으로의 사업성이나 확장성에 집중한다.
강 대표는 “현재 세계 기업이 된 ARM은 고성능은 아니지만 저전력 프로세서를 무기로 모바일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면서 “인텔과 비교할 때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지만 확장성과 휴대성으로 수요 폭증을 끌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런 기준에 맞춰 다양한 출연연 기술을 발굴하고 사업화가 활성화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크게 관심을 쏟고 있는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미 지난해에만 14개사에 35억5000만원을 투자해 102명분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일자리 창출 최전선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기술 발굴, 종잣돈 지원을 비롯한 기술 사업화 스타트업은 이미 우리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홀로 할 수 없는 창업 후 기업 스케일업 분야에서도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스타트업이 생존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