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 경기가 둔화되면서 세계 로봇 시장도 덩달아 휘청거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이 설비 투자를 줄이면서 '로봇대국'으로 불리는 일본과 독일 등 로봇 강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로봇기업 중국 수출액도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로봇공업회가 낸 로봇 수출입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 로봇기업의 2018년 10~12월 수주액은 1646억엔(1조6800억엔)으로, 전년 동기(2001억엔)에 비해 17.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로봇 생산량은 총 4만9436대로, 2017년 4분기 생산했던 5만3918대보다 8.3% 줄었다.
일본로봇공업회 측은 2018년 상반기까지 로봇 수출이 호조를 띄는 흐름이었지만, 하반기 미·중 무역 마찰이 심화한 이후 주요 수출국 중국의 경기 둔화로 큰 폭으로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공업회 관계자는 “2017년 10~12월에는 전년 4분기보다 수주액이 36.3%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17% 감소는 큰 폭으로 내려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가별 수출량을 살펴보면 일본 주요 수출국 5개(중국, 미국, 한국, 대만, 독일) 수출액의 52%를 차지하는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 7월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투자 위축이 일본 로봇 업계에까지 불똥이 튀었다”며 “한 일본 대형 로봇 업체 관계자에게 최근 중국에 생산공장을 세웠는데, 공장 가동률이 절반도 안된다는 푸념도 들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정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의 정책 5대 프로젝트 안에 들어갈 만큼 당국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중국 정부가 국가 내 로봇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강력한 보호 정책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중국 내에서도 로봇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2.1% 감소했다. 한때 100%가 넘는 성장률까지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지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굴지의 로봇 기업 쿠카도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쿠카는 중국 경기 악화가 매출 둔화로도 이어져, 2021년까지 인력 감축 비용을 포함해 약 3445만달러 비용 절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피터 모헨 쿠카 CEO는 “경기 침체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쿠카의 성장 동력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는 중국 내 기업으로 로봇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적고, 로봇 선진국들에 비해 수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중국으로의 수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로봇 수출 환경은 경기가 좋지 않을 수록 일본과 미국 대규모 기업들이 점유율을 가져가는 구조로 돼 있다”며 “중국 내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거나 여러 국가로 수출을 다변화 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