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신 사업으로 렌털사업을 검토한다. 국내 가전 제조사 대부분은 영업이익률 10%를 하회한다. 가전제조업이 가진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는 매년 신제품을 내고 있지만 치열한 단가 경쟁으로 수익성을 반전시킬 카드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렌털사업은 자사 제품 판매 창구를 넓히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신규 사업으로 주목 받는다. 렌털은 한 번 제품을 판매하면 고객과 접점이 사실상 끊어지는 일시불 판매와는 성격이 다르다. 지속적으로 고객과 대면 접촉, 유대관계를 높인다. 고객 관계를 바탕으로 영업 확장성이 높다. 안정적 영업망을 확보하면 향후 매출을 끌어올릴 여력이 생긴다.
이미 LG전자, SK매직, 쿠쿠 등 주요 가전기업이 렌털사업을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위닉스, 신일산업 등도 렌털사업 진출을 고려하는 중견가전사로 거론된다. 최근 캐리어에어컨이 새롭게 뛰어들면서 가전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도 주목해야 한다.
렌털사업 진입장벽은 높다. 재무 부담은 가전사가 렌털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판매 수익금이 장기간에 걸쳐 들어온다. 제품은 판매했지만 기업이 당장 손에 쥐는 수익금은 극히 일부다. 이를 버텨낼 체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전국 유통망과 방문판매인력 조직을 꾸리는 것 역시 어렵다. 적지 않은 비용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전문업체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현실적 대안으로 전문 렌털업체와 협업을 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렌털시장은 무시 못할 수준으로 커졌다. 일시불 시장만을 고집할 수 없다. 가전사는 사업 실패 리스크를 줄이고 제품 판로를 확대해 매출을 높인다. 렌털업체는 검증된 브랜드 제품을 들여와 소비자 수요를 이끌내고 품목 확대를 도모한다.
삼성전자는 교월웰스를 통해 렌털 판매 품목을 넓히고 있다. 교원웰스는 삼성전자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와 의류 건조기 '그랑데'를 렌털 판매 중이다. 올해 봄부터는 삼성전자 에어컨도 유통한다. 현대렌탈케어도 이달부터 삼성전자 에어드레서를 렌털 판매한다.
대유위니아는 최근 열린 에어컨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전문업체를 통한 렌털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유위니아는 자체 렌털사업 진출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전문업체를 거쳐 2017년부터 에어컨, 김치냉장고, 냉장고를 렌털 판매하고 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