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가전 렌털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진폭이 크다. 새로운 경쟁자와 새로운 품목이 시장 전면에 나타났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하면서 업계 1위 코웨이와 지난해 출범한 웅진렌탈이 합쳐진다. '빅딜'이 일어나면서 렌털업계에 몰고 올 파장도 주목된다.
◇중견가전사 캐리어에어컨, 렌털사업 뛰어들다
지난달 24일 중견가전사 캐리어에어컨이 렌털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반적으로 가전제조사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전문렌털업체와의 협업 형태가 아니라 렌털사업을 직접 운영한다. 캐리어에어컨이 강점을 갖고 있는 에어컨을 비롯해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 에어가전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마련했다. 캐리어에어컨은 지난해 말 렌털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가전을 전문으로 하던 기업이 직영 렌털에 뛰어드는 경우는 LG전자, SK매직·쿠쿠를 꼽을 수 있다. 가전제조를 기본 사업으로 추진하다가 신 사업으로 렌털사업에 뛰어든 사례다. 이들 기업은 가전제조사로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가전제조사로 쌓은 기반으로 렌털사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LG전자와 SK매직·쿠쿠가 렌털시장에서 괄목할 성장세를 보인 점도 제조사에게는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캐리어에어컨은 직영으로 렌털사업을 운영할 만한 기초체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다. 오텍그룹 2017년 연결기준 연간 실적은 8200억원대다. 초기 렌털사업 비용을 지탱할 수 있을 규모다.
캐리어에어컨은 렌털사업 초기인 만큼 외부 전문업체 방문판매 인력을 활용한다. 단기간에 자체 방문판매조직과 영업망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렌털시장 진입에 있어 가장 큰 벽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캐리어에어컨은 당장은 외부 전문업체 인력을 투입하지만 향후 자체 렌털 조직을 마련한다. 자체 렌털 서비스 플랫폼도 운영한다. 보유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채널도 렌털 채널로 활용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캐리어에어컨이 영업조직과 영업망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확보하느냐가 사업 성공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주요 렌털 품목 가운데 하나로 떠올라
에어컨이 렌털업계 주요품목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원웰스가 삼성전자 에어컨 렌털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르면 봄부터 렌털 판매한다.
주요 렌털업체 중 에어컨을 렌털판매하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일부 중소 렌털판매업체가 에어컨을 렌털 판매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청호나이스가 자사 에어컨을 렌털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교원웰스가 합류 예정이고 여기에 캐리어에어컨까지 참전했다. 에어컨 렌털판매 채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 에어컨은 렌털 관리 수요가 큰 제품이 아니었다. 1년에 한 번 에어컨을 가동하기 전 세척하는 정도가 에어컨 관리 전부였다. 그러나 제품 기능이 다변화되면서 에어컨이 사계절 가전으로 변신했다. 특히 공기청정기능 확산이 결정적이었다. 미세먼지 이슈가 사계절화됐고 소비자도 공기청정기능을 시기 가리지 않고 사용하게 됐다. 에어컨 사계절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다.
공기청정기능을 대중화하는 가전 트렌드에 발맞춰 향후 다른 주요렌털업체가 에어컨 렌털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캐리어에어컨과 교원웰스, 청호나이스 에어컨 렌털 실적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웅진코웨이'의 귀환 3월 출범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3월 인수한다. 인수 완료와 동시에 웅진그룹 렌털사업부 웅진렌탈과 브랜드를 통합, '웅진코웨이'를 출범한다. 인수 후 통합작업을 시행한다. 웅진렌털은 코웨이에 흡수된다.
당초 시장 일각에서 웅진의 코웨이 인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웅진그룹은 최근 인수자금인 1.68조보다 많은 2조원 자금을 조달하면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시장에서 웅진그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음을 보여주고 인수 가능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냈다. 실제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한 뒤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코웨이 주가가 전날보다 4% 이상 오르기도 했다.
웅진은 목표보다 추가로 확보한 3000억원을 코웨이 지분 추가 매수에 투입한다. 코웨이 경영권 지분을 높히면서 코웨이 운영 안정성도 제고한다. 이에 따라 웅진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22% 이외 지분 5%를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웅진의 'Issuer Rating 신용등급'을 Watchlist 하향 검토에 등록했다. 'Issuer Rating'은 장기적 채무상환능력을 선순위 무보증채무에 준해 평가하고 이를 신용등급화한다.
한신평은 “웅진그룹의 코웨이 지분 인수가 대규모 외부자금에 의존하는 펀딩 구조이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인수금융 원활한 성사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고 정확한 인수구조 및 조건이 정해지지 않아 신용도에 즉각 반영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