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차종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2016년부터 폭발적 성장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8만9000여대를 판매해 전체 시장 4.9%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은 여전히 많은 선입견과 단점을 갖고 있다. 주행성능이 부족하다거나 배터리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좁다는 등이 그것이다. 기아자동차는 그런 단점을 모두 보완하고, 멋까지 더한 K7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K7 하이브리드는 현대·기아차 2.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으로 연료 효율성과 주행성능, 고급스러움을 두루 갖췄다. 쏘나타, K5 등에 적용된 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향상시켜 엔진 개입을 최소화하고 연비 상승을 극대화시켰다. 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해 경쟁모델로 지목한 렉서스 'ES300h를 능가하는 안전·편의 사양을 갖췄다.
지난 설 연휴 동안 K7 하이브리드 노블리스 풀옵션 모델을 타고 서울에서 대구를 다녀오는 등 총 1000㎞ 구간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K7 하이브리드의 실내 공간과 연비, 승차감, 주행성능, ADAS 등 성능 전반을 살펴봤다.
우선 K7 하이브리드 외관 디자인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거의 동일했다. 전용 에어로 다이내믹 알로이휠과 '에코 하이브리드(Eco Hybrid)' 엠블럼만 달랐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 호랑이 코 모양을 날카롭게 다듬고 음각 형태 세로막대를 장착했다. 그릴에는 고속주행시 공기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플랩을 조절하는 '액티브 에어플랩'이 장착됐다. 헤드램프는 알파벳 'Z' 모양 주간주행등(DRL)을 적용했다. 4구 큐브 타입 LED 안개등에는 공력성능 향상을 위한 에어커튼을 함께 적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측면부는 준대형 세단에서 흔치 않은 '롱노우즈숏테일' 형태다. 이는 주로 스포츠카에 사용하는 라인으로 운동성능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다. 그 덕분에 K7 하이브리드는 전장이 4970㎜에 달하지만 굼뜨지 않아 보인다. 후면부는 크롬 가니쉬와 'Z' 모양 테일라이트를 적용해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실내 인테리어도 내연기관 모델과 대동소이 했다. 계기반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걸맞게 내연기관과 모터, 배터리 충전 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 상단부에는 8인치 내비게이션이 중앙에 위치하고 양쪽에는 송풍구가 설치됐다. 아래에는 비상등 버튼이 크게 설치됐다. 내비게이션과 비상등 위치는 안전성을 고려한 인테리어다. 공조기 조작버튼과 인포테인먼트 조작 시스템은 시인성이 좋다. 실내 공간은 직선과 가로배치를 적용해 실제 크기보다 훨씬 넉넉하게 느껴졌다.
실내에 적용된 소재도 고급스럽다. 전 좌석에 마름모꼴 패턴 퀼팅 나파가죽 시트를 적용했다. 천장에는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했고 곳곳에 가죽으로 마감 처리했다. 암레스트는 양문형 콘솔로 구성,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더했다. 뒷좌석은 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하거나 신장 180㎝ 남성이 앉아도 넉넉했다. 휠베이스가 동급 최대 길이인 2855㎜에 달하기 때문이다.
K7 하이브리드 또 다른 강점은 트렁크 공간이 동급 하이브리드 세단 중에서 가장 넓다는 점이다. 기존 K7 하이브리드는 배터리가 2열 뒷부분에 배치돼 트렁크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모델은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부로 옮겨 트렁크 공간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하게 느꼈다. 골프백 4개, 보스턴백 2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다고 기아차 측은 설명했다. 실제 이번 시승에서 32인치 캐리어 1개, 유모차, 라면박스 3개를 적재할 수 있었다.
주행감각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또 EV모드와 엔진 주행 시 느낌 차이도 크지 않았다.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드의 경우 EV 모드에서 이질감이 큰 편이다. 마치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 위를 미끄러져 가는 느낌과 같다. K7 하이브리드 정숙성도 렉서스 하이브리드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기아차는 실주행시 사용 빈도가 높은 엔진 저회전 구간에서 발생하는 엔진의 소음·진동을 '모터의 역방향' 토크를 통해 상쇄하는 '능동부밍제어' 기술을 적용했다.
K7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용량을 종전 1.43㎾h에서 23% 개선된 1.76㎾h로 증대시키면서 중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배터리 충방전 효율도 약 2.6%개선시키면서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EV모드 가동 범위를 늘렸다. 전장품 전력 사용, 엔진 출력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EV 작동 구간을 제어하는 환경부하로직을 개선했다. 덕분에 지하주차장이나 가까운 곳으로 이동할 때는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는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K7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m 힘을 발휘하는 세타Ⅱ 2.4 MP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최고출력 38㎾, 최대토크 20.9㎏.m의 고출력 모터를 장착했다. 시속 100㎞를 넘나드는 고속주행에서도 전혀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또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과 어댑티브스마트크루즈콘트롤(ASCC)이 결합된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는 장거리 주행의 피로를 반으로 줄여줬다. 다만 현대·기아차 LKAS가 오른쪽 차선에 붙어서 가도록 세팅이 돼 있어서 '주행보조'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서 가장 중요한 연비는 18.9㎞/ℓ로 기록됐다. 공인연비보다 2.6㎞/ℓ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고속도로 주행이 많았지만, 시내 주행에서 더 높은 연비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K7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트림 가격은 3912만원, 풀옵션은 4398만원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