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에너지'는 근래 몇 년 사이에 과학기술 관련 매체를 통해 빈번하게 언급되기 시작한 연구주제다.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전기 생산에 쓸 수 있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워낙 생소한 분야라 와 닿지 않는다. 이름에 '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혹시 위험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막연한 걱정도 든다. 핵융합에너지는 무엇일까?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뜻한다. 태양은 수소 원자핵이 융합해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핵융합 에너지는 이런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거대한 핵융합 장치 안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물을 끓여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에너지 생산 효율이 다른 방식에 비해 월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중수소 100㎏, 리튬 3톤으로 생산하는 발전량이 300만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과 맞먹는다. 원자력 발전보다도 뛰어나다. '우라늄-235' 1㎏으로 내는 에너지보다 수소 1㎏ 핵융합으로 내놓는 에너지가 일곱 배 이상 많다.
자원 고갈 문제도 없다. 주요 자원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삼중수소도 리튬에서 얻을 수 있다. 리튬은 지구 매장량이 풍부해 고갈 우려가 적다.
안전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핵융합은 소량 연료를 계속 주입하는 방식으로, 연료주입을 멈추면 바로 반응을 멈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일은 도저히 생기려야 생길 수 없다.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위험도는 현저히 낮다. 발생 폐기물은 수십년 가량 보관 과정을 거치면 자연으로 되돌려도 되는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이 것 역시 소량만 나온다.
이 때문에 세계 선진국에서는 오랫동안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연구를 거듭했다. 환경이나 사고, 자원 고갈 우려 없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정밀한 제어가 필요해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것부터가 어렵다. 발생 이후에도 이를 장시간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핵융합연구소가 관련 연구에 힘쓰고 있다. 후발주자지만 이미 세계 수준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성과의 모태는 국산 핵융합 장치인 'KSTAR'다. 핵융합연 연구진은 KSTAR를 이용해 2008년 첫 번째 시운전에서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했다. 2010년에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초전도 핵융합장치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H-모드' 운전에 성공했다. H-모드는 고온, 고성능 플라즈마 상태를 뜻한다. 2011년에는 핵융합 상용화에 필수과제인 핵융합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전 현상(ELM)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2016년에는 H-모드 운전을 1분을 넘어 70초 지속시켰다. 올해에는 플라즈마 온도를 1억도 이상으로 높이고, H-모드의 경우 운전시간 100초를 넘겨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계획이다.
핵융합연은 세계 핵융합발전 실험로 건설 프로젝트인 'ITER'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ITER 사업은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실험 장치로 이뤄낸 결과를 종합한 거대 프로젝트다. 세계 선진국 연구진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ITER 사업에 참여했다. KSTAR 사업을 이끈 이경수 박사가 ITER 국제기구 기술 총괄 사무차장으로 선임돼 활동하고 있다. 핵심 장치인 토카막을 조립하는 것부터 내부 진공용기 개발, 제어시스템 구현 등 각 분야 책임자로 우리나라 연구자가 활약하고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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