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폰 전용 게임개발 경쟁이 시작됐다. 폴더블 폰에서는 큰 폭으로 변하는 콘텐츠 경험과 유저인터페이스(UI) 제공이 가능해진다. 통신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지고 화면도 양쪽으로 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가 폴더블폰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게임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가 제조사와 폴더블 폰 대응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마케팅 수준까지 협의 중이다. 다만 신작 출시 시기와 폴더블 폰 출시 시기 변수가 존재한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을 폴더블 폰에 대응하는 논의를 진행한다. 넥슨 역시 내·외부에서 논의 중이다.
제조사는 킬러 콘텐츠를 획득하고 게임사는 마케팅 채널을 얻는다. 게임사, 제조사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사는 새로운 게이밍 환경에 대응할 조작체계와 해상도 등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 게임 환경은 현재 스마트폰과 비교해 조작 체계가 크게 달라진다. 현재 모바일 게임은 손가락이 화면을 가린다. 가상 스틱, 터치 조작, 드래그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으나 하드웨어 구조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조작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장르도 맞춰 변화했다. 또 전화, 메시지가 오면 조작은 물론이고 게임을 멈춰야 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폴더블 폰은 이 같은 설계상 문제를 해결한다. 작년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공개된 제품은 최대 3개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멀티 액티브 윈도우'를 지원했다. 이를 이용해 다른 창에 가상 버튼을 두어 조작할 때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지 않게 할 수 있다. 닌텐도 3DS와 같은 포터블 게이밍 기기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다. 상시 온라인에 접속돼 있어 포터블 콘솔이 약한 네트워크 게임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특허청에 낸 특허는 완전한 게이밍 환경 제공을 염두에 뒀다. 상단, 하단 파티션으로 구성해 또 다른 모바일 게이밍 경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접히고 펼쳐지는 화면에 대응하고 새로운 행태 경험을 전달할 UX 디자인도 현재와 다르다. 게임을 하면서 메시지를 확인하고 이와 동시에 무언가를 보거나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업계 일각에서는 벌써 폴더블 폰을 두고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접근한다.
하드웨어 출시 전 제조사와 게임사가 연결되는 건 게임이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앱마켓 전체 매출 중 94.4%는 게임에서 발생한다. 해외도 75~80% 수준이다. 어떤 게임을 제공하느냐가 기기판매에 영향을 끼친다.
애플은 에픽게임즈 '인피티니티블레이드' 시리즈, 슈퍼메가이블코프 '베인글로리'와 함께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 시리즈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플레이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20일 진행될 S10 언팩킹 행사에는 삼성전자-유니티가 다수 게임을 소개한다.
한 게임사 연구원은 “폴더블 대응은 단순 이식이 아닌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문제”라며 “UI 기획부터 UX디자인 까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선제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현실(VR)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콘텐츠 부재로 3D TV 전철을 밟고 있다”면서 “폴더블 폰에 가치를 부여할 특화 콘텐츠로 게임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