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 일원동 등 서울 도심에 수소 충전소가 들어선다. 병원이 아닌 비의료기관이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서 발병 확률을 예측하는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서비스가 고혈압, 파킨슨병, 위암 등으로 확대된다.
버스 외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광고를 송출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도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전기차와 전기이륜차를 충전할 수 있는 '앱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도 임시허가를 얻었다.
정부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기업이 사전 신청한 4개 안건을 모두 허용한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첫 사례다. 회의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계 부처 차관 12명, 융합신산업·법률·소비자보호 전문가 민간위원 10명, 서울시 관계자, 신청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개정된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에 근거해 신기술·서비스가 국민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규제를 유예한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에 따라 기존 규정에 막혀 내놓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일단 허용한다. 출시 결과를 바탕으로 사후에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 기업은 신기술과 신서비스 시장 출시를 앞당길 수 있다.
이날 심의회는 △도심 지역 수소충전소 설치(현대자동차) △DTC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 증진 서비스(마크로젠)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광고(제이지인더스트리)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차지인) 등 4개 안건을 심의하고 규제 특례를 부여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운전자 편의와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 시내 다섯 곳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 위한 임시허가·실증특례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여의도 국회,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서초구 양재동 수소충전소 등 세 곳이 승인을 받았다. 문화재가 인접한 종로구 현대 계동 사옥은 조건부로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수소충전소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도심에 설치돼야 하지만 용도지역 제한과 건폐율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도심 설치가 허용되면 수소차 보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 증진 서비스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기존 DTC 유전자 검사는 혈당, 혈압, 피부 노화, 체질량 지수 등 12개 검사 항목과 관련한 46개 유전자 검사로 제한됐다. 마크로젠은 15개 검사 항목 확대를 요청했고, 만성질환(6개)·호발암(5개)·노인성질환(2개) 등 13개 질환 서비스가 허용됐다.
제이지인더스트리는 LCD·LED 등을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 광고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정부는 안전성을 전제로 단계별 허용을 하기로 했다. 차지인은 아파트 주차장 등 일반 콘센트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과금형 콘센트 임시허가를 받았다. 기존에는 한국전력공사만 과금이 가능했다. 성 장관은 “특례 제품과 서비스는 국민 안전·건강에 위험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