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닥터 사공정규 교수, 임병헌 전 대구남구청장 인터뷰 진행

사공정규 교수(왼쪽)와 임병헌 청장
사공정규 교수(왼쪽)와 임병헌 청장

"한국에서 공무원시험 합격은 하버드대 입학보다 어려운 일이다." 미 일간지 LA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한국의 공무원시험 열풍을 이렇게 소개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한 공무원시험에는 4천953명을 뽑는데 20만 명 넘는 응시자가 몰려 합격률이 2.4%로 파악됐다며, 이는 2018년 하버드대학 신입생 합격률(4.59%)보다 2배 이상 치열한 것이라고 했다. 설 연휴 동안 연합뉴스 기자가 찾아 본 노량진 공무원 학원에는 설 명절에도 꿈을 이루겠다는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 속에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연휴 기간에도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토크콘서트 ‘힐링닥터가 간다’를 진행하고 있는 사공정규 교수는 지난 10일 39년 동안 공직에 봉사한 임병헌 전 대구남구청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나요?
A : 지금까지 제 삶을 돌아보니 제가 여러분들께 참 많이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제가 퇴임할 때에 도움을 주신 공직 선·후배 분들과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만 아직도 떠오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생각날 때마다 지금도 감사의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저의 좁은 학식과 소견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하여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짬짬이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4차 산업 등에 관한 공부도 하고,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같이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Q : 어떻게 행정고시를 통해서 공직생활에 입문하셨나요?
A : 선친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공직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법대에 진학했습니다. 법대에 진학한 후 제 나름대로 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상당히 적극적이며 문제해결 지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래서 행정공무원이 제게 맞다고 판단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해서 제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공직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적성에 맞는 길을 선택해서 걸어왔기에 큰 잘못 없이 즐겁게 39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 12년간 남구청장직의 수행을 포함하여 39년의 공직생활동안의 철학은요?
A : 선친께서 공직생활을 하셨기에 선친의 임지를 따라 자주 전학을 다녔고, 게다가 장티푸스를 앓아서 3개월간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공부의 기본을 탄탄히 다지지 못해서 중학교에 진학할 때 재수를 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본의 중요성을 체득했습니다. 그래서 제 공직생활의 철학도 ‘기본에 충실하자’입니다.
저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공직생활을 하면서 항상 서민중심의 행정을 지향했습니다. 행정활동을 펼칠 때에는 신의를, 구체적인 행정업무에서는 청소행정을, 예산편성에서는 빚지지 않는 재정편성을 중시했습니다. 국가의 기본은 서민이고, 행정활동의 기본은 신의이며, 주민 생활환경의 기본은 청결이며, 구 살림살이의 기본은 빚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Q : 왜 남구청장직에 도전하셨습니까?
A : 저는 청도에서 태어나서 선친의 임지를 따라 이사를 다니다가 남구에 정착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대봉초등학교, 계성중·고등학교, 영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시청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 때는 대구 최고의 주거지역이던 저의 제2의 고향 남구가 도시화의 진행에 따라 급격하게 낙후되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남구청장직에 도전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점점 허물어져 가는 남구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던 저는 27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저의 모든 것을 쏟아서 ‘낙후된 남구의 기본을 철저히 해서 향후 지속 발전 가능한 남구를 만들고자’ 남구청장직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저의 행정 철학인 서민 중심 행정을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구청장직 수행을 시작하면서 담당공무원과 구민들의 아이디어에 영감과 도움을 받아 도시재생사업에 초점을 맞추어서 많은 국비를 확보했습니다. 이 결과 대명행복마을 등의 사업을 열악한 재정환경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에 철저한 담당공무원과 현장에 바탕을 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구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재정 열악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비확보란 해결책을 찾아낸 것입니다. 지속 발전 가능한 남구를 만드는 토대가 갖추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Q : 공직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A : 저는 27년간의 대구시청 공무원생활과 12년 동안 남구청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랑과 분에 넘치는 격려와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2013년 9월 23일 대명동 가스폭발사고 때 우리 남구주민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제가 죽는 날까지 가슴에 간직하고 감사드릴 일입니다. 가스폭발로 순찰경관이 2명 순직하고, 주택이 100여채 파손되는 큰 사고가 났지만 현행법상 국가나 시의 지원은 힘들었기에 해결책이 막막했습니다. 그 힘든 상황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3억원이 넘는 성금을 1개월 만에 모아서 피해주민을 도와 일으켜 세우신 일은 우리 구민, 나아가서는 국민의 위대함을 새삼 확인하게해 준 일이기에 공직자로서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Q : 끝으로 인터뷰를 마치면서 하고 싶은 말씀은?
A : 공시생 여러분들이 공직자가 되면 무엇보다 현장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시는 것을 몸에 익히십시오. 공직자는 법과 상식의 기준위에서 국민의 요구(민원)를 해결해주면서,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과 같이 노력해야 됩니다. 국민 삶의 전반적인 측면과 관련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힌 사건들을 처리해야하는 경우가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공직자와 사건 당사자 간의 신의 형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의 형성이 없으면 민원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충실해야합니다. 현장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언젠가는 해결책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신의는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임병헌 청장>
○1953년, 경북 청도 출생 ○영남대학교 법학과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대구광역시청 문화체육국장, 교통국장, 남구부구청장, 상수도사업본부장, 기획관리실장 역임 ○대구광역시 22대, 23대, 24대 남구청장 역임 (2006년~2018년)

힐링닥터 사공정규 교수는 의학박사이며 작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심신의학연구소장으로 재임 중이며, 하버드의대 우울증임상연구원,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김은희 기자 (keh@etnews.com)